'25% 관세폭탄' 무역확장법 폐기로 불확실성 제거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 설치, 정부 차량 300만대 친환경차 대체
친환경차 쿼터, 자국 내 생산 유도 등 위기 요인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로운 경제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 통상규범 준수와 환경보호 관련 공약들을 내세웠던 만큼 트럼프 정부 시절의 관세폭탄 우려는 덜고 상식적인 범위에서 통상협력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환경정책 공표하나 만큼 국내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미국 민주당 홈페이지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01년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그동안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자동차 산업 무역확장법 232조는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트럼프 정부가 시행해왔던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에 이 조항을 적용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해 왔다.

이 조치의 시행은 2년 넘게 미뤄져 왔다. 그러나 미국 수출 물량이 연간 60만대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기아차)과 제너럴모터스(GM)의 중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지엠으로서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시행 가능성이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바이든 당선인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국제무역에서 다자체제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 온 만큼, 극단적인 보호무역조치와 예측 불가능한 돌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게 '불확실성'인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설령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돌발 변수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대응 가능한' 수준에서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새로 바뀔 미국 정부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될 부분은 친환경 정책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 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된 친환경 사업 인프라 구축에 재임 4년간 2조달러(약 2230조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미국 내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를 2030년 말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방정부 차량 300만대와 스쿨버스 50만대도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전기차 판매량을 2025년까지 연 18.3%씩 늘릴 예정으로, 이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도 확대한다. 미국 내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 설치된다는 것은 주유소 못지않은 전기차 인프라가 깔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각 주(州)당 1만개소의 충전소만 설치돼도 우리나라의 전국 주유소 개수(1만1000여개)와 맞먹는다. 그만큼 미국 내 전기차 시장 확대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시장 대응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한 데 이어 이를 적용한 전기차 라인업을 '아이오닉'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론칭할 예정이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주자인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고성능, 보급형,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 대중화 차급을 담당할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아이오닉 5'를 출시한 뒤 2022년에는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춘 중형 스포츠 세단 '아이오닉 6'를 출시하고 2024년에는 럭셔리 대형 SUV '아이오닉 7'을 내놔 3종의 라인업을 완성한다.

아이오닉 브랜드 3개 모델은 충전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되고, 1회 충전으로 450km이상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공약한 연방정부 차량과 스쿨버스 등의 친환경차 대체는 전기차 뿐 아니라 수소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그룹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수소차 넥쏘 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버스, 트럭 등 상용차까지 양산 체제를 갖춘 상태라 수요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새로 출범할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환경 정책은 이처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자동차 관련 정책에는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의무 판매비율 명시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미국 시장 내에서 전기차나 수소차를 일정 비율로 판매하지 못할 경우 기존 내연기관 차량도 판매에 제약을 받는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외국 완성차 업체들에게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갖추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전기차 전용브랜드 아이오닉으로 출시가 예정된 라인업 티저이미지.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의 경우 해외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설립할 경우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최근 노조가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어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에도 친환경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사이클을 맞춰가고 있다"며 "이에 친환경차를 미래비전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시장의 변화에 빠른 대응은 필요해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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