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반기업 포퓰리즘 돼서는 안된다
국민의힘 등에 업은 정의당 이어 민주당도 서둘러 입법 가담
재해 방지와 피해 보상 아닌 기업인 범죄자 낙인찍기 안돼
편집국 기자
2020-11-12 15:28

[미디어펜=편집국]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용자나 경영 책임자를 무겁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이번 정기 국회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논의하고 있는 경제3법(기업규제3법)에 이어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대재해법은 당초 지난 19대 국회 때 고 노회찬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었는데, 21대 국회 들어서 정의당이 사활을 걸고 통과시키겠다며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중대재해법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역설적이지만 국민의힘이 정의당과 입을 맞추면서다. 정의당의 강은미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입법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주호영 원내대표조차 "중대재해법의 입법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일단 야당이 먼저 입법 의지에 함께 한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는 막을 수 없는 일이 됐다. 다만 이 법이 기업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혐오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진은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는 민주당(왼쪽)과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연합뉴스

정의당이 애초 이 법안을 발의했을 때도 시큰둥했던 민주당이 부랴부랴 나섰다. '박주민 의원안'으로 불리는 중대재해법을 발의하겠다고 11일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물론 이 법안은 정의당의 것과는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처벌의 수위도 낮고, 처벌 대상 기업에 대해서도 일부 유예를 주자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손을 잡았고, 174석을 가진 민주당도 톤 다운된 내용이기는 해도 큰 틀에서 법안 통과 의지를 보인만큼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의 0에 가깝다. 물론 이렇게 통과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사실상 0이다. 그러므로 중대재해법은 이제 기업들이 맞아야 하는 운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관련된 여론조사에서는 더욱 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방향 공감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을 명시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58.2%였다. '처벌 중심의 법안 처리는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응답은 고작 27.5%에 불과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진보성향 응답자 중 79.6%가 법안에 찬성하는 응답을 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보수성향의 응답자 중에서도 50%가 이 법안 처리에 찬성의 의사를 보였다. 기업에 대한 거부감, 마녀 사냥식 마타도어가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와 국민의힘까지도 가세한 법안 처리 현실화 가능성은 기업 스스로가 자처한 면도 없지 않다. 실제 많은 국민들은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이 거기에 대한 온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피고용인 입장이라는 사실은 기업의 중대재해 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전통적인 보수의 가치 뒤에 기업이 숨을 수 있던 시절도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다.


정부의 규제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약화시키면 안된다는 학계의 지고지순한 의견들도 점차 "적어도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보상이 이뤄져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재해 발생시 설득 가능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려는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사고 처리를 강행하거나, 나 몰라 하는 식의 파렴치한 사후 처리 보다는 선제적으로 사과도 하고, 보상 협의도 하려는 것이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법의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이 자칫 반기업 정서를 키우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의 명칭에서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 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보상과 재해 방지보다는 기업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인이 범법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세금의 문제, 환경의 문제 등 기업인들에게 전과자의 굴레를 씌우는 법과 제도는 즐비하다. '기업을 하려면 별 몇개쯤은 달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 횡행할 정도다. 거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어감도 흉흉한 법이 그대로 만들어진다면 기업과 국민을 적대적 관계로 고착시키고,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이미징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인이 국민의 적인 나라는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다.


중대재해는 일어나선 안되는 것이고,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피해를 당한 이가 충분히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또 기업은 충분한 보상을 통해 또 다시 그런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선한 의도든 악한 의도든 기업과 재해 피해자를 적대적 관계로 만들어서는 안되고, 불가피한 재해에 대해서도 기업인을 범죄자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중대재해법은 '반기업 포퓰리즘'의 관점에서 논의되고 입법돼서는 결코 안된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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