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최고금리가 현행 연 24%에서 20%로 4%포인트 인하되며 풍선효과로 인해 대출취약차주 수만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할 전망이다.
서민금융전문가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불법 사금융으로 몰린 서민들의 피해가 최대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서민을 위해선 정부 주도의 금리 인하 정책보단 금융사의 경쟁을 통한 금리 인하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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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금리 인하 추이/그래프=금융위원회 |
16일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를 거쳐 최근 저금리 기조와 서민부담 경감 차원에서 최고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로 떨어지며 이자경감 효과와 금융이용축소 우려를 종합 고려해 연 20%까지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지난 3월 기준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 가운데 약 87%인 208만명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 가운데 3만9000만명은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금리인하로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하는 수만명의 서민들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급격히 낮출 경우, 대부업체의 대출 심사가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뀌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쫓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내려간 2018년 당시 불법 사금융 이용액은 2017년 대비 3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서민금융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현행 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몰린 서민들의 피해가 최소 5500억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역시 대출 문을 좁힐 계획이다. 저신용자일수록 연체율이 높기 때문에 돈을 일정 부분 떼일 위험성도 금리에 미리 반영돼 금리가 낮아질수록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최저금리 인하와 발맞춰 대출이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신용자들에게 취급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환 능력이 가능한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대출은 결국 상환을 해야하는 것"이라며 "상환 능력이 없는 분들에게 무조건으로 대출 늘리는 것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금융권에서 탈락되는 차주들을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연평균 2700억원 이상 추가로 공급하고 필요시 추가로 확대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 전문가는 대출취약차주를 위한 정부의 대책 역시 성실한 세납자의 불만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의 재원은 결국 국민들의 세금"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사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빚을 갚아주게 된다면 성실히 세납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대환대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 환승론 역시 시행한 된 바 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며 "금리를 갈아탄 후 또 대출을 해 대부업체들의 살만 찌워주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원장은 서민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포용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시장에 자율권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업체도 규모가 천차만별인 상황에 획일적으로 금리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 축소를 야기해 불법 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도울 수 있다"며 "금리는 이자율을 통해 정부가 나서 강제적으로 낮추기보단 경쟁을 통해서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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