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일방적으로 조원태 회장 편 든다? 오히려 칼자루 쥔 것"
"항공산업은 운수권 싸움…경쟁력 상실 해운업계서 교훈 얻어야"
"통합 대한항공, 외항사·LCC와 경쟁해 독과점 논란 해소될 것"
"HDC현산, 계약 파기…대한항공 아니면 아시아나 인수할 곳 없어"
"자기 돈 안 들이고 인수? 한진그룹, 수조원 규모 자금조달안 계획"
"산은·대한항공, 인력 감축 안 한다고 밝혔고 회사 성장하면 채용 늘어"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불가피한 결정이었고 독점 폐해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에 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김 전 금감원장은 "국가기간산업체인 항공사가 파산 등으로 외국 노선을 상실할 경우 되찾기가 매우 힘들다"며 "전세계적으로 항공사 경영이 어려울 경우 항공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한국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조기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더 큰 규모의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항공산업 특성상 산업은행이 경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당국도 이를 인정해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행자가 남은 인수 절차에 관해 질문하자 김 전 원장은 "한진칼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산은에 신주를 발행하면 된다"면서도 "사모펀드 KCGI 등 3자연합에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사법 당국 판단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는 지난 25일 심문에 착수했고 내달 1일 전까지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김 전 원장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올해 안에 1차적으로 딜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산은은 법무법인을 통해 자문을 구해본 결과 높은 확률로 3자연합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두 항공사 간 결합 심사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외 해외 경쟁 당국에서도 받아야 하는데 내년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산은이 칼자루를 쥐게 돼 조 회장의 경영 부실 책임을 물어 해임도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산은은 조 회장과 약정을 체결함에 있어 △경영진 해임요구권 △사외이사 3명 추천권 △윤리경영·경영평가위원회 조건 이행 등을 명시했다. 이와 같은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조원태 회장은 산은에 5000억원을 배상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김 전 원장은 "조 회장 본인이 경영을 잘 해내 대한항공이 살아나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산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삐끗하면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만큼 산은이 캐스팅 보트를 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일반 국민 등 소비자 입장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가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김 전 원장은 "산은에서도 독과점 논란에 대해 검토했을 것"이라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수년 전 해운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대상선(현 HMM)과 한진해운을 통합하지 않아 모두 부실해져 결국 후자가 청산 처리됐다"며 "결국 해운 동맹(얼라이언스) 내 운항권을 잃게 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업은 운수권 싸움"이라며 "제때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국가적 자산을 잃게 된 해운업계 구조조정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완성차 업계는 19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며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M&A가 이뤄져 순수 한국 자동차 제조사는 1개사만 남고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는 각각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가 사들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체제가 유지되는 건 이미 개방경제체제에서 글로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국내 과점 현상이 일부 있다고 해도 글로벌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에 있어선 독과점의 폐해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파했다.

김 전 원장은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라며 "외항사들과도, LCC와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통합 대한항공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세간에서는 하필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느냐는 평가가 많다. 이에 그는 "재계에서는 아무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인수 계약금까지 걸어둔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파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 한진그룹이 아니었다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을 무한대로 떠안고 있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경영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장기적 모멘텀에 따르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이득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KCGI는 산은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은 '일방적인 조원태 편 들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원장은 "산은이 대한항공에다 직접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경우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이 20% 이하로 떨어진다"며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함을 규정한 지주회사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해설했다. 

또 그는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그룹이 자기 돈 한 푼 안 쓰고 산은 지원 자금만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이게 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비공개로 수조원 규모의 자금조달계획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유는 외부에 공표하게 될 경우 자산 매각 협상을 해야 하는데 가격협상 요구가 있을 수 있는 것에 기인한다는 게 김 전 원장의 해석이다. 한진그룹이 호텔·리조트 등 유휴 자산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연유로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선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사 한진칼에 출자하는 게 옳다는 게 김 전 원장의 주장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 사 노동조합들은 인력 감축 등 인적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원장은 "산은이나 대한항공 양쪽에서 감원은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뒀다"고 하면서도 "초기에는 중복 인력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항공산업이 성장하면 대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기 마련"이라고 논했다.

그는 "작금의 유휴인력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해고 등의 구조조정은 하등 할 필요가 없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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