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전 금감원장 "아시아나, 빨리 매각 안 하면 더 큰 혈세 들어가"
은성수 금융위원장 "HDC현산, 인수 의향 철회…한진 외 재계, 의사 없었다"
"산은, 대한항공 아닌 한진칼에 자금 지원? 실정법 어기지 않기 위한 방법"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전·현직 금융기관장들이 연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당위성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

김 전 금감원장은 "국가기간산업체인 항공사가 파산으로 인해 해외 노선을 잃게 될 경우 되찾기가 매우 힘들다"고 운을 뗐다.

김 전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빠른 시일 내 매각하지 않으면 더 큰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될 게 분명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의 M&A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세간에는 독과점 우려와 함께 하필 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여야 하느냐는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다.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이에 그는 "아시아나항공 M&A를 진행하겠다며 계약금까지 걸어둔 HDC현대산업개발은 계약 파기에 이른 상태"라며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외에 인수 의사를 표명한 곳이 없는 만큼 대한항공으로의 합병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외항사들과, 또 LCC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가격 인상 등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 회생을 해운업계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대상선(현 HMM)과 한진해운이 동시에 부실해졌을 때 당국이 두 해운사를 적시에 통합하지 않아 후자가 결국 청산됐고 운항권을 잃은 적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원장은 "항공사들은 운수권 장사로 사업을 영위한다"며 "해운업계 구조조정 사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산업은행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뒀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두 회사 노동조합들은 대한항공과 산은을 믿을 수 없다며 대규모 감원 등 인적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원장은 "대한항공·산은 모두 인력 해고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둔 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통합 초기 중복 인력 발생은 별 수 없지만 항공산업이 성장하면 대체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언급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도 김 전 원장과 인식의 궤를 같이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추진에 대해 "혈세 투입을 줄이고 현 인원 고용을 유지하려면 합병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게 채권단 판단"이라며 "이는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같은 입장"이라고 발언했다.

은 위원장은 "(HDC현산이 인수를 추진했다면) 양사 경쟁 구도를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현산이 인수 의향을 철회했고 다른 기업들도 M&A 의사가 없었다"며 대한항공과의 통합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에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채권 회수 가능성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자기 부담 없이 산은 자금 지원만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은 위원장은 "대출 방식으로 진행하면 이자 부담이 생겨나 (통합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산은에 한진칼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더 나을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은 "한진그룹은 비공개로 수조원 규모의 자금조달계획안을 짜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절대 공짜로 이뤄지는 일이 아닌 셈"이라고 해설했다.

현재 KCGI는 "산은이 대한항공 아닌 한진칼에 자금 지원을 하는 건 '일방적인 조원태 편 들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산은이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 지원을 하게 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이 2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며 "이는 그룹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20% 넘게 보유해야 함을 규정한 지주회사법을 정면으로 어기게 돼 우회 지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산은은 법무법인과 상의한 결과 높은 확률로 KCGI 등 3자연합이 법원에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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