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익·금리 증권사 최고수준…협회 개선방안 권고에도 요지부동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올해 주식시장에서 증권사들이 6600억원에 이르는 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키움증권이 이자수익을 가장 많이 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신용융자거래 금리 인하 권고에도 개인 투자자 시장 점유율 1위의 지위를 이용한 배짱 영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주요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공여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28개 증권사들이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누적 이자수익은 6553억85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키움증권은 신용융자거래로 1060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수익(989억6844만원)과 비교하면 7.14%(70억6861만원) 늘어난 수치다.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 증가폭이 1분기에서 2분기 334억2354만원, 2분기에서 3분기 378억3340만원인 점을 고려하고 올해 4분기에도 무난한 이자수익 실적을 거둔다고 할때 전년도 이자수익(1333억9773만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계산된다.

키움증권이 신용융자거래로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업계 최고의 고금리 정책과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광풍이 맞물린 결과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줄곧 개인 주식거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비대면 계좌개설 시장 선점 효과로 올해 상반기 누적된 계좌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286%늘어난 143만좌를 돌파했다. 3분기에는 94만좌 이상 개설됐다. 올해 키움증권을 통해 개설된 신규계좌는 240만좌에 이른다.

키움증권의 높은 개인 거래 시장 점유율은 고스란히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고, 빚투 역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말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6조350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8조8801억원 대비 84.1%(7조4704억원) 급증한 규모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강경한 고금리 기조도 이자 수익 증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에 7일 이하 7.5%, 7일 초과~15일 이하 8.5%, 15일 초과~90일 이하 9.0%, 90일 초과 9.5%의 금리를 각각 적용한다.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 1, 2위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 금리는 7일 이하 6.0%, 7일 초과~15일 이하 6.0%, 15일 초과~30일 이하 6.3%, 30일 초과~60일 이하 6.6%, 60일 초과~90일 이하 6.9%, 90일 초과 7.2%다.

NH투자증권은 7일 이하에 4.5%, 7일 초과~15일 이하 5.9%, 15일 초과~30일 이하 7.2%, 30일 초과~60일 이하 8.2%, 60일 초과 8.4%다.

금융당국의 신용융자 금리 인하 압박에도 여전히 기존의 고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올해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면서 “결국 증권사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호황에 강제성이 없는 금리인하를 반드시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만 신용융자를 내준다”면서 “금리를 내린다면 저신용자의 신용융자 물량을 늘어나고 이에 따른 리스크도 커질 수 있어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못하는 부분도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 등 참여한 5개 증권사 사장에게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라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 회사는 금리를 인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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