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8일 만에 바이든에 축하 메시지 “대결 피하고 상생 협력”
바이든 대북 메시지 따라 ‘대화 재개’ 또는 ‘전략적 도발’ 정할 것
‘전략적 인내’ 경험에 신중…1월 당대회 열병식으로 무력시위 가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지난 7일(현지시간) 당선이 확정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만에 축하 메시지를 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시 주석이 바이든 당선인 측에 “양측이 갈등과 대결을 피하고, 상호 존중 및 상생 협력에 초점을 맞춰 양국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다.   

중국이 과거와 달리 미국의 새 행정부에 곧바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인수인계에도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이 패배를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바이든 당선인도 주요 내각 인사를 속속 발표하자 중국 내부의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축전 발신 소식에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0일까지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긴장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29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경제 운영 실태에 대해 관련 기관을 질책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30일 전했다. 내년 1월 예정된 8차 당대회 준비 상황 점검 등을 논의한 이날 정치국회의에 김여정 1부부장도 참석했지만 김 위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사실 북한은 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간접적인 응원을 보낸 반면 바이든 측에는 원색적인 막말을 퍼부은 적이 있다. 김 1부부장은 ‘7.10 담화’에서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2019년 11월14일 미 민주당 경선 기간 바이든 당시 후보에게 “바이든과 같은 미친개를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했다. 

일단 북한이 미 대선 결과에 대해 20일이 넘게 침묵을 이어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복잡해진 셈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차례나 개최한 정상회담이 무용지물이 됐고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가 막을 내렸다. 앞으로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어떤 대북 입장과 협상 방식을 드러낼 지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북한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당선 확정 이틀만에 “공화당 후보인 메케인 상원의원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됐던 2012년엔 사흘만에 논평없이 사실만 보도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엔 이틀만에 보도했으나 당선인 이름없이 ‘새 행정부’라고만 표현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번에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국회 정보위는 27일 북한이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단속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보고를 전한 바 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입장을 내는 시기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한 입장이 정해졌을 때로 예상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8차 당대회가 첫번째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바이든 당선인이 1월20일 취임식 전후로 실질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이를 분석해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 아울러 내년 3월 한미 군사훈련 재개 여부가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이 ‘대화 재개’일지 ‘전략적 도발’일지 결정되는데 따라 무력시위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 탄생 때마다 가장 손쉽게 존재감을 알리는 방식인 무력도발 카드를 쓰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있다.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아픈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북한으로서 도발 뒤 후과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지금의 북한 경제를 어렵게 만든 대북제재를 이끈 장본인이다. 

만약 바이든 당선인이 전략적으로 대북 메시지 발신을 늦출 경우 북한으로선 ‘신중 모드’로 침묵을 이어갈지 무력도발로 존재감을 과시할지 선택적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일단 내년 1월 8차 당대회 때 다시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란 관측도 있는 만큼 이때 과시할 군사적 메시지가 첫 단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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