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2021 한반도 정세 전망’ “북 당대회 때 온건 메시지 낼 듯”
홍민 “바이든의 6.12합의 계승‧한미훈련 여부 관건…5~9월 골든타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1일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유핵 공존’이란 타협이 이뤄지면 북한도 좀 더 공세적인 발전 노선을 택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조건부 비핵화 협상보다 핵군축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유환 원장은 이날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2021 한반도 정세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관찰해 온 바에 의하면 북한은 스스로를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타협을 해도 그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원장은 “내년 1월로 예정된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스스로를 어떻게 ‘리셋’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아마도 북한은 전략국가라는 개념을 국가의 기본 틀로 정립하고, 거기에 맞는 자신감을 반영해 발전노선이나 국가담론을 내놓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정면돌파’ ‘자력갱생’이라는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이 내년 8차 당대회에서 긍정적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협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선 북한이 바라는 조건 충족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 원장은 “2018년 3월5일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정이 보장되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며 “앞이 평화체제이고, 뒤가 비핵화인 고정화된 조건부 비핵화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조건 충족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 통일연구원이 1일 '2021 한반도 연례 정세전망'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미디어펜

현재 북한은 미국의 새 행정부 대외정책이 어떤 기조로 나올지 관망하는 중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북미대화를 재개갈지 여부는 6.12 북미공동성명의 계승, 한미연합훈련 진행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북한은 내년 상반기 바이든 정부가 기존 북미합의를 계승할지, 대북 안전보장을 포함한 북미협상 접근 방식의 윤곽을 어떻게 내놓을지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1월 8차 당대회에선 전향적이면서도 온건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1월20일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미 메시지를 내놓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유화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바이든 정부에 우호적인 신호를 주기 위한 차원”이라며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으로 북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군사 현안을 우선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이날 북한이 도쿄올림픽을 미국의 대북정책 유화 모드 설정의 계기로 만들려 할 수도 있으므로 5~9월이 남북미가 평화협상을 재개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홍 실장은 “이를 위해 3~4월 한미연합훈련 시즌을 슬기롭게 관리해야 한다. 북한은 훈련 강행 시 바이든 정부의 북미 합의 이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 북한도 핵·미사일 시험 중단 약속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최소한 2021년 늦은 봄까지 대북정책 초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우리정부가 미국이 수용 가능한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만들어 설득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간 합의를 계승할지 여부에 대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도 “싱가포르 합의문의 내용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계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적대관계에 있던 두 나라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인 4개의 기둥만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개 정부가 바뀌면 정책 검토와 인선 과정으로 대외정책이 시작이 많이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지만 지금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정권의 부통령을 지냈고, 8년간 상원 외교위원장경험도 있다. 또 대외정책 담당자에 대부분 전직 관료들이 발탁됐으므로 북한에 대한 정책이 늦어질 것이란 전제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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