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 장관에게 힘 실어주지만 내부적으로는 출구전략 모색
국민의힘, 윤 총장에게 이목 쏠리면서 역할과 존재감에 대한 고민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절정을 맞이하면서 여야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게만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야당의 역할과 존재감에 대한 해법을 고심 중이다.

민주당은 일단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추 장관을 엄호하면서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운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적대하고 있다. 옳지 않은 길”이라고 경고했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사진=더불어민주당

반면 내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갈등 상황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광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더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먹고살기 이렇게 힘든데 몇 개월 동안 이런다는 건 나는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정말 마음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추 장관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포함해 당내에서 수렴한 여론을 조만간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연내 출범시켜 명분을 세운 뒤 추 장관을 명예퇴진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금은 공수처장을 빨리 임명하고 새로운 인물들로 빨리 이제는 경제의 계절로 넘어갔으면 좋겠다”면서 “이 이슈가 너무 오랫동안 국민들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4선의 홍영표 의원도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고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장관으로서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대척점에 윤 총장이 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야당의 역할과 존재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의 연이은 헛발질로 정기국회가 야당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조연으로 밀려나고 있다. 수적 우위를 내세운 거대 여당의 입법 공세에는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고, 차기 대권구도에서는 윤 총장의 ‘응원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검찰당의 대립 구도에서 야당은 증발해 버렸다”면서 “자업자득이지만 무기력한 야당을 대신해서 투쟁하는 윤석열 검찰당 파이팅”이라고 비꼬았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사진=국민의힘

당 안팎에서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2기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고, 서병수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 순증 합의를 두고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의힘은 결국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입장을 촉구하며 시작된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는 초선 중심에서 재선 이상 당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이 비집고 들어갈 문이 아예 닫혀버릴 것”이라면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