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국회는 거대 여당의 단독 입법 강행으로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개혁입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했고, 국민의힘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의결에 앞서 거쳐야 하는 비용추계 절차가 일부를 누락시켰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안건심사를 마쳤다”며 부처 관계자의 이석을 요구했다가 뒤늦게 이를 파악하고 급히 이의 여부를 물었다.
윤 위원장은 “옆에서 시끄럽게 하셔서 생락했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적법한 것이냐, 이게 민주냐”라고 항의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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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8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오후 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 상법 개정안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두 차례나 법사위원장을 찾았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의견이 모아졌는데 당내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런 것을 (한 정책위의장이) 다시 조율하고 와서 그대로 가도 괜찮겠다고 이야기하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의결 직전까지 개정안 내용에 대한 당내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시인한 셈이다.
전날 ‘5·18 왜곡 처별법’ 처리 과정에서는 처벌 수위를 두고 어이없는 실수가 터졌다. 황희 민주당 의원이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제 법사위에서 다른 법안들과 처리하다 보니 디테일하게 논의가 안 되고 7년으로 통과가 돼 버렸다”며 처벌 수위를 ‘7년 이하의 징역’에서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가 당초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수정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은 전날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중 이 사항을 반영시키지 못한 것이다. 처벌수위 수정은 법사위 의결 직전에야 이뤄졌다.
민주당이 졸속으로 법안처리를 해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21대 원구성 협상 과정, 임대차 3법 여당 단독 통과 이후 의석수 열세로 인한 한계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주호영)”며 의지를 다진 국민의힘은 쟁점법안들을 각 상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며 속도조절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밀려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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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가운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려 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비쳤지만, 이 역시 의석수 열세 앞에서는 실효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인원 5분의 3 이상이 종료에 찬성하면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 국회 재적의 5분의 3은 180석으로 이는 범여권의 의석수에 가깝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고 해도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시간끌기 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여당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여론전에 매진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입법 독주를 강행하고 있다. 결국 거대여당의 힘을 보여주면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는 시각”이라면서 “상황이 이런데 여론전이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겠냐”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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