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으로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10.5%에서 17.0%로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했다. 달러대비 루블화 환율은 잠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한때 전날보다 15루블 이상 급등한 80루블 선을 돌파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위기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금융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급락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내수가 침체될 가능성이 커졌고, 최악에는 신용등급 하락과 자본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금융위기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며 “러시아 경제는 펀더멘탈 약화 - 트리플 약세(주가, 채권, 통화가치) 심화 → 물가 상승 → 기준금리 인상 → 펀더멘탈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나는 지적도 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기준 러시아의 총 대외채무는 5690억 달러이고 이 중 단기채무는 863억 달러”라며 “현재 러시아 외환보유고 규모가 4542억 달러이기 때문에 단기채무에 대한 상환능력은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해외대출대비 러시아 비중 역시 1.6% 정도로 크지 않다”며 “한국의 총 수출대비 러시아 수출의 비중은 전체 1% 정도로 낮고 올해 하반기부터 대 러시아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의 총 수출 증가율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국내증시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내증시에서 매도를 이어가는 등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다시 회복되지 않는 한 러시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