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컨소시엄이 SM상선·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한진중공업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선업 경험이 없는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고 부동산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재무현황과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 등을 분석해본다.<편집자주>
[한진중공업 매각③]'영도조선소' 향방…동부건설의 3가지 카드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 인수 후 3년은 조선업을 영위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부건설이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영도조선소 부지의 향방이 가늠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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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CI/사진=각사 제공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193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조선소로 한진중공업과 지역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후 영도조선소의 도크 크기가 작아 대형 상선을 만들기 어려워지면서 한진중공업은 2000년대 중반 필리핀에 수빅조선소를 건립해 상선은 수빅조선소, 특수선은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이원화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현지 채권단에 매각한 이후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에서 군용 함정 등 특수선만 건조하고 있다. 특수선은 정부의 발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안정적일 수 있지만, 성장성은 크지 않다.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은 2011년부터 적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도 신규 수주가 한 건도 없었다. 현재 조선부문의 수주잔고는 9220억원으로 지난해 조선부문 매출액(5010억원)의 2배도 안 된다. 2년 치 일감도 안 남아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부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역사회는 동부건설이 인수 후 조선소를 폐쇄하고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영도조선소 부지 26만㎡(약 8만평)는 개발할 경우 수익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 분야에 경험이 많은 한국토지신탁과 사모펀드인 NH 프라이빗 에쿼티(PE)·오퍼스 PE 등이 참여한 것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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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사진=한진중공업 제공 |
동부건설이 최소 3년은 조선업을 유지하고 근로자 고용 승계도 보장하기로 한 가운데 영도조선소를 두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먼저 동부건설은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특수선 분야뿐 아니라 소형 LNG선, LNG벙커링선박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조선업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또는 영도조선소에서의 사업은 그대로 둔 채 비용을 축소하고 경영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다. 조선부문에서 손실이 계속되는 만큼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하더라도 조선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분석 관계자는 “영도조선소의 규모가 협소해 상선부문에 재진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형 조선업체들과 수주 경쟁에서도 승산이 없다”며 “그렇다고 지금처럼 특수선만 건조해서는 적자 구조를 벗어날 수도 없는 형편이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보다는 비용축소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3년을 채운 후 영도조선소 폐업·매각 등 조선업을 정리할 수 있다. 3년 후에도 조선부문을 인수할 후보자들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부동산 가치가 큰 영도조선소가 조선부문에 남아있으며, 이미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한진중공업의 특수선 부문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도조선소를 폐업할 경우에는 1000여명의 근로자를 포함해 100여개가 넘는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에 동부건설이 부지 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설득이 우선이다.
이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의 성장판은 이미 닫혀있기 때문에 동부건설 입장에서 지역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면 3년 후 조선소를 폐업하고 부지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며 “더 많은 고용 창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부지를 개발하거나 일정기간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3년 동안 지역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 계획은 없으며 조선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한진중공업과의 사업적 시너지와 되살아나는 조선업에 대한 기대 등 사업적 가치 때문”이라며 “영도조선소 부지는 부산에서도, 조선업계에서도 상징적인 곳인 만큼 개발이 아닌 조선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진중공업은 방산 특수선 건조에 특화돼있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최근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띠는 점에서 기술투자와 영업 지원이 동반된다면 조선 부문의 정상화가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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