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직격 항공산업 통폐합 불가피, 공적자금 줄이고 항공주권 지켜야
[미디어펜=편집국]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제동을 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발은 찻잔속 태풍으로 끝났다. 

국민연금 의결권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5일 대한항공의 아시아항공 인수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양대 항공사의 합병에 반대를 표명했다. 

대한항공은 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사전절차인 정관변경 안건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표를 얻었다. 한진칼 우리사주조합 등 70%가 합병을 위한 정관변경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주주의 절대 다수가 찬성했다는 점에서 합병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임시주총에서 이뤄질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키로 했지만, 대다수 주주가 합병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국민연금의 몽니는 정부와 산업은행을 당혹케 했다. 정부가 추진한 합병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혼선을 일으키게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권이 항공산업살리기차원에서 단행한 양사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발목을 잡은 것은  항명인지, 정당한 주주의견 표명인지는 불투명하다.

양대 항공사 합병은 지난해 11월 16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의 경제부처 장관과 산업은행 총재 등이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결정됐다. 정부가 주도한 항공사 구조조정에 국민연금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 시장에도 불안감을 주고 있다. 정책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낳고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이유는 물론 타당한 것도 있었다. 합병이 대한항공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아시아나에 대한 실사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시아항공측도 합병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복수경쟁체제에서 독점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소비자 이용후생에 부정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항공요금 노선 서비스 마일리지 외국항공사와의 동맹 등에서 복수항공사의 장점과 강점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정부 항공산업구조정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양사합병은 독점회귀 논란을 초래하지만, 초대형항공사로 거듭나 유동성위기를 극복하는 장점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국난시기에 기간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항공사 유동성위기를 해소하는데도 유리하다. 경쟁력이 향상돼 코로나사태가 해소된 후 항공주권을 지키고 항공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의 반대표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주주가치 훼손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나 견해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어떻게 주주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인지 근거가 취약하다. 차기정부 등에서 이뤄질 감사원 감사 및 각종 민형사 소송을 대비해 면피용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찬성한 것을 둘러싸고  문재인정권에서 당시 이사장과 중역들이 직권남용과 배임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민감한 양대항공사 합병논란에 대해 삼성물산합병의 후유증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업들의 합병과 구조조정에 딴지를 걸어온 것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LG화학이 전지사업부를 물적으로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해 기업구조조정과 정상적인 경영행위에 딴지를 건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의결권자문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신설법인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훼손을 명분으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독점회귀 문제도 있지만, 세계7위 초대형항공사로 거듭나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많다. 코로나재앙이 해소된 후 항공산업이 정상화될 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론 합병이 주주가치를 되레 높일 수 있다. 

양대항공사 합병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 대다수 주주들이 찬성했다는 점에서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항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적항공사의 합병은 문재인정권이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경쟁체제 대신 독점화로 간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정상화하기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난해 9월 최종적으로 포기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는 긴박한 현안이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3000억원을 신청해서 급한 불은 껐다. 아시아나는 그후 고강도 구조조정과 유무급휴직, 항공화물 특수등으로 소폭 영업이익을 내는 등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항공사 합병은 경쟁보다는 독과점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는 코로나재앙으로 산업경쟁력강화가 급선무가 되고 있다. 항공산업은 코로나재앙의 직격탄을 받은 업종이다. 전세계 상당수 항공사가 부도와 법정관리로 쓰러졌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주요국가들이 자국항공사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고 있다. 항공주권을 지키는 것이 코로나이후에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하고, 합병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유동성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 항공사 매출이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유동성위기 해소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처럼 원론적인 시장자율을 논의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 

양사합병이 차질을 빚고, 코로나사태가 오래가면 산업은행이 양대 항공사에 국민혈세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암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합병과 통합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비상시 위기대책이요, 항공주권을 지키는 비상수단이 될 수 있다. 

외환외기 때 김대중정부는 부실은행들을 통폐합해 우리 신한 KB금융 하나은행 등 4대 메가뱅크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웠다. 반도체와 항공 화학업종도 빅딜을 통해 덩치를 키운 바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부실기업 대우조선을 인수해 초대형 조선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코로나국난위기 등에선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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