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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북전단금지법
김소정 부장 | 2021-01-07 18:13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야권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의 인권단체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국제사회에 이 법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설명할수록 말이 꼬이는 느낌이다. 


“표현의 자유도 다른 권익과 조화되면서 균형적으로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인식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기 전 정부가 언론에 설명한 내용이다. 이후 정부는 “전단 살포가 북한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북한이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북한인권 문제를 향상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대북전단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내용을 위반한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로 명시돼 있다.

 

국회는 이 법률 조항이 포함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2020년 12월 14일 재석 187명 중 찬성 187표로 가결시켰다.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 마련을 추진하면서 남북 정상간 약속인 4.27 판문점선언 조항과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문제를 내세웠다. 특히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지인 경기도 연천군에 고사포를 발사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한 정부의 설득력은 부족했다. 미 의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예고했고, 북한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미국의 대표 비영리단체 운영자인 칼 거쉬만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이 공개 반박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대북전단 살포를 찬성할지 반대할지에 있지 않다. 주민들의 불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전단 살포 단체의 불건전성에도 있지 않다. 그것은 민주주의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너무 쉽게 제한해버린 데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2018년 5월 5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경찰의 통제로 대북전단 풍선 살포를 포기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정부가 대북전단의 효력을 설명하거나 북한인권 향상을 위한 다른 방법을 제시해도 ‘오답’(誤答)일 뿐이다. 대북전단 금지라는 법 조항 자체가 ‘사전 억제’ 즉, ‘검열’에 해당한다. 특히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문제야 말로 국가의 의무이지 기본권 제한으로 달성할 과제는 아니다.

 

정부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주요 근거로 들고 있으나 이 판결은 ‘군경이 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어 처벌해도 된다는 의미로 둔갑시켰다. 대법원은 ‘과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을 뿐인데 금지 수단으로 삼았으니 억지스럽다.


이와 관련해 최진녕 변호사는 “법으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그 행동과 내용을 ‘검열’하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접경지역 안보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사태가 발생하면 국방력으로 응징해야 하는 것이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결하겠다는 논리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 호소 등으로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를 바라보는 우리국민의 시각에도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민단체와 달라야 했다. 정부가 전단금지법 제정이란 무리수를 두면서 오히려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인권 투사로 부각시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차라리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진통을 겪더라도 접경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소송으로 대북전단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어야 했다.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북전단 살포가 중단됐더라면 북한에도 다른 체제에서 얻는 교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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