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약속한 일은 없다

김재철 사장이 또 공정방송 협의회(이하 공방협) 출석을 거부하면서 9월 정기 공방협이 다시 무산됐다. 노-사는 당초 김 사장의 출석을 전제로 9월 16일(목) 오후 4시 공방협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김 사장은 공방협 회의석상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MBC 김재철 사장
▲MBC 김재철 사장

노조는 8월 정기 공방협이 사장의 출석 거부로 무산된 이후, 사장출석을 전제로 사장의 일정을 감안해 공방협 일시를 잡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사측은 9월 16일 오후 4시에 공방협을 열자고 제안했고, 노조도 흔쾌히 수용했다. 그 뒤 <후+>, 폐지와 불방 사태 등 안건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됐다.

그런데, 공방협을 하루 앞 둔 15일, 사측은 느닷없이 사장이 같은 시각에 열리는 시청자 위원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사장 불참 방침을 통보했다. 당초 사장은 공방협에 참석하고 부사장은 시청자 위원회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서로 바꿔서 참석하는 것으로 방침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사장이 또 약속을 깨는 것이냐”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사측 실무자는 “왜 갑자기 사장이 공방협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며 “변명거리라도 있으면 우기기라도 할 텐데, 그러지 못하겠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 김 사장은 16일 아침 사장실을 방문한 조합 집행부 상대로 “내가 직접 공방협에 나간다고 약속한 일은 없다. 실무진이 (출석을 전제로)내 일정을 체크해서 날짜를 잡은 건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며 실무진을 향해 “앞으로는 이런 일은 나와 직접 상의하라”며 마치 모든 일이 실무진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처럼 책임을 미뤄 더 기가 막힐 뿐이다.

또한 김 사장은 단체협약을 왜곡하고, 사장 출석 관행을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말했다. 조합측이 김 사장에게 “공방협 운영규정(공방협은 회사대표와 지부대표를 포함해 각 5인 이내의 동수로 구성된다)상 회사 대표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따지자, “회사 대표가 반드시 사장이라는 말은 없지 않느냐, 공방협 안건에 따라 회사 대표를 다양하게 지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그렇게 해석된다면 지금까지 왜 다른 사장들은 공방협에 꾸준히 참석해 온 것이냐”고 반문하자 “관행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잘못된 관행도 있다”며 계속 되는 조합원의 추궁에 “말꼬리 잡지 말고 포괄적으로 이해해 달라”며 말을 흐렸다.

한편, 노조는 공방협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공영방송 MBC의 뉴스와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논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협의체이기 때문에 MBC가 방송사이자 언론사로 존재하려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불참은 스스로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