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준감위 설치 등 진정성 알아줄 거라 기대했다"
준감위 "입장 낼 위치 아니다" 말 아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법정 구속형이 선고되자 삼성 내부는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18일 삼성 계열사 사장들과 임직원들은 이날 긴장된 마음으로 이 부회장 선고공판 결과를 기다렸다는 전언이다. 삼성 임직원들은 집행유예에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의 실형 선고에 비통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한 임직원은 "이 부회장이 그동안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노동조합 설립도 허용하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많이 보여줘 때문에 재판부가 진정성을 알아줄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럼에도 결과가 달라서 직원들이 아쉬워하고 많이 상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재판부가 준법위를 세울 때만 해도 국가 경제 차원에서라도 집행유예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결과적으로 희망고문이 되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 법정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삼성 임직원들은 차제에 1년 6개월간 총수가 부재할 상황 속에서 중차대한 회사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경영 차질이 현실화에 대해 우려했다. 2017년 이 부회장 구속 당시 대규모 투자계획·중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그룹 인사가 밀리는 등 회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AMD·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자일링스·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 인수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회사 하만그룹 인수 결정을 내리고 나서 추가 인수 등 대규모 투자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M&A는 오너 아닌 전문 경영인이 결단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대만 TSMC는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규모를 알리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분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총수 부재 탓에 보수적인 경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이외에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인공지능(AI)·차세대 이동통신(5G·6G)·바이오 육성 목적의 신규 투자 계획이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의 한 임원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변혁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됐을 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됐다"며 "앞으로 삼성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이날 준법감시위원회는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언급을 꺼렸다. 그러면서도 준법위는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주어진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흔들리지 않고 성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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