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은 범죄자 취급…은산분리 등 철 지난 장벽 허물어야 미래 열려
세계 경제가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 중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19의 대유행 속에서 이백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혼돈 속에서도 산업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산업, 이른바 언택트(untact) 비즈니스는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친환경 에너지 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바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거센 에너지가 최악의 불황 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고도산업국인 우리나라도 산업전환의 큰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다. 우리의 경쟁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세계 최강국들이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국력을 한 데 모아야 하지만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힌 정권의 등장으로 혁신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근로제 등 친노동, 반기업적 입법이 강행됐다. 기업인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의 소유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법정에 나갔다가 예고도 없이 구속됐다. 양형을 함에 있어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에 한 기여는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구속은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떤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도 잡아넣을 수 있는 후진적 기업 환경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오죽했으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한국만 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운다"며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라고 탄식했겠는가.

   
▲ 문재인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근로제 등 친노동, 반기업적 입법이 강행됐다. 기업인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구속은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떤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도 잡아넣을 수 있는 후진적 기업 환경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규제 공화국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혁신과 융합은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IT부문의 경쟁력을 강점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면서 임직원 1만명, 계열사 101개를 거느린 ‘카카오 제국’을 만들었다. 올해 기업 공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가치는 9조원대에 달한다. 

또 다른 금융사업인 카카오페이 역시 간편결제 등의 분야에서 급성장하면서 10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카카오 커머스는 언택트 시대 유통의 강자로 부상했다. 카카오는 IT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분야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넘나들며 혁신을 확산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특히 카카오의 금융산업 진출은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카카오에 비해 금융산업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네이버는 제주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즉각 부인했다. 네이버 측의 부인에도 제주은행의 주가는 급등했는데 이는 네이버의 은행업 진출이 금융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IT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은 빅데이터 기술과 맞물려 개인의 소득, 소비 행태 등을 면밀히 파악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금융을 가능하게 해 준다. 투자금융 부문의 진출이 허용되면 최적의 투자처에 최적기에 돈이 투입되는 자원배분 기능의 획기적 효율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금융부문의 신사업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혹은 금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규제되고 있다.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소유가 제한됐으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해 34%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은산분리 규제가 깨지면 산업자본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돈을 마구 빼돌려 착복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카카오는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의료데이터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IT기업, 병원, 전통의 전자업체가 결합한 것이다. 카카오는 의료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조업체와 병원 그리고 IT기업의 결합은 원격의료의 길을 열 수도 있다. 일본에서 M3와 합작 설립한 라인헬스케어를 통해 원격의료를 시작한 라인도 스마트 헬스케어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업계의 반발, 인허가 문제 등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IT기업과 병원, 그리고 제조업체의 결합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혁신은 이종산업 간의 결합 형태로 진행된다. 여러 산업이 융합하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 아래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규제의 혁파가 필요하다. 금융 부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 감독 당국의 규제 아래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거대 금융기업들이 공기업 같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최고의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돈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금융산업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사업성 있는 곳에는 물 흐르듯 투자가 이뤄지는 금융 혁신이 절실하지만 규제에 묶여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거대 금융기업들은 다들 '디지털 전환'을 올해 경영의 화두로 내세웠지만 혁신의 폭과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 필요한 것은 경쟁이다. 은산분리, 금산분리 등으로 표현되는 전통적 규제의 장벽을 허물고 과감하게 네이버, 카카오 등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제조업으로 돈을 번 산업자본도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금융업으로 본격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격의료, 자율주행, 로켓배송, 디지털금융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전환은 기존 산업들 사이에 쳐진 칸막이를 무너뜨려야 가능해진다. 규제를 남발하며 기업활동을 옥죄어온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에라도 과감한 규제 혁파로 선회해 신산업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