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대응 차원서 업계 지원 공기업 경영평가 감안키로
에브제트아시아 "한국공항공사, 정부 지원 방안 자의적으로 해석"
허희영 항공대 교수 "한국공항공사, 궁색한 변명만 늘어놔"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국공항공사(KAC)가 범정부적 코로나19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자사 격납고를 임차한 중소 항공기업에 대한 지원을 임의로 거부해 논란이 예상된다.

   
▲ 2016년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가 450억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한 상업시설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격납고'./사진=연합뉴스

23일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상업시설인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격납고'를 2016년 450억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했다. 이후 한국공항공사 시설사업부는 SGBAC 격납고를 ㈜에브제트아시아(AV Jet Asia)에 임대해줬다.

에브제트아시아는 김포공항 입·출항 외국 비즈니스 항공기 등을 대상으로 △여객·승무원 입·출국 지원 △지상조업 △항공기 경정비(관리) △국내 저비용 항공사 대상 정비 서비스 제공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비즈니스 제트기 지원시설(FBO, Fixed Base Operation)' 전문 기업이다. 

비즈니스 항공산업은 기존 항공운송산업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매년 10% 이상 신장하는 모습을 보여 신성장산업으로 분류되며 미국에서는 연간 285조원 규모의 경제생산규모를 자랑한다.

2019년 국내에 들어온 비즈니스 항공편은 총 1200여편. 이 회사는 그해 193편에 달하는 비즈니스 여객기 조업으로 4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조업량이 35편으로 82%나 줄어들어 매출이 절반 수준인 23억원으로 급락했다.

   
▲ 비즈니스 항공기에 대한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에브제트아시아 직원./사진=에브제트아시아 제공


때문에 직원 고용 유지와 격납고 고정 임대료 납부 등의 문제로 경영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에브제트아시아 관계자는 "2019년 말 36명이던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26명으로 줄었고 그나마도 4~5명은 휴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로 월 평균 1억원, 연간 12억원 가량 내고 있는데 버는 게 없어 고정비만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해 2월 17일 '항공분야 긴급지원방안'과, 3월 18일 '코로나19 피해 항공업계 추가 지원방안' 등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 추진으로 생겨난 공공기관·공기업 재무지표 하락은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에서 감안하겠다며 업계 지원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공항 내 기내식·급유 등 상업시설 임대료 감면책이 하달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3월 25일 SGBAC 격납고가 국제선 터미널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브제트아시아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다.

   
▲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 냉장고 시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대한항공 제공


그러나 3·18 지원대책은 '공항 내 상업시설 지원대상'으로 기내식·급유시설 등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SGBAC 격납고와 관련, 에브제트아시아는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와 '상업시설 표준임대차계약서'로 작성했다.

지난해 4월 9일 에브제트아시아는 국토부 항공정책과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달리 한국공항공사가 기내식·급유 시설 등에 임대료 감면을 해주지 않는다"며 SGBAC 격납고가 지원 대상인지를 문의했다. 이에 국토부는 한국공항공사에 관련 정책을 지시했고 세부사항은 공사와 협의하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4월 17일, 에브제트아시아는 한국공항공사에 SGBAC 격납고 임대료 감면요청 검토 경과에 대해 재차 문의했다. 이에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SGBAC 격납고 임대료는 상업시설 임대료 감면 대상은 맞지만 고정 임대료 적용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대상 또한 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울러 "고정적으로 납부하는 임대료와 매출연동 영업료의 비율이 8대 2 비율로 타 식음료 매장에 비해 고정부분의 금액이 크나 매출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본 임대료는 매출 관련 연동이 없는 경우를 뜻한다"고 부연했다는 전언이다.

   
▲ 에브제트아시아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임차해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격납고에 입고한 여객기들./사진=에브제트아시아 제공

에브제트아시아는 한국공항공사에 매월 납부하는 임대료가 매출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매출액이 한 푼도 없어도 내야 하므로 고정 임대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에브제트아시아 관계자는 "사후 매출 실적에 연동해 납부하는 영업료로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규정해 해석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에브제트아시아가 자문을 구한 한 법무법인은 "한국공항공사가 고정임대료를 매출 연동 임대료로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사료된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의사는 없다는 게 에브제트아시아의 입장이다.

이 외에도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6월과 8월 국토부가 추가 발표한 지원방안에서 지원대상이 더 명확해지고 그 범위가 더 확대됐는데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유를 들어 임대료 감면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A380 항공기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인 정비본부 소속 정비사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1일자 지원방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급유시설·기내식 등 공항 연관 업체가 납부하는 임대료도 상업시설과 동일한 기준으로 감면키로 했다. 지난해 8월 27일자 추가 지원안에서는 고정임대료 여부와 관계 없이 여객 감소율에 비례해 상업시설 임대료 감면폭을 확대했다.

그런데도 한국공항공사는 이번에도 국토부 지원대상 기준에는 공시돼 있지 않은 '국제선 터미널 내 시설이 아님'을 이유를 들었고, 한 술 더 떠 기존에는 없던 '여객 감소율 기준 피해 측정 불가'를 또 다른 사유로 지원 요청을 묵살했다는 것이다.

정작 한국공항공사가 언급한 '국제선 터미널 내 소재 여부'는 항공사 라운지·사무실 등 업무시설 임대료 지원 기준 지난해 8월 27일자 정부 지원대책에 추가된 사항이다.

에브제트아시아 관계자는 "민간부문에서도 자발적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공항공사가 정부 방침과는 달리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제 역할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에브제트아시아 사례와 같이 업계가 어려울 때 지급하라고 조성된 것"이라며 "한국공항공사가 정책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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