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경제 성장률 -1%...정부 무분별 돈풀기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해야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88년 이후 22년만에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6%)과 1998년(-5.1%) 두 차례뿐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펼쳐지고 반기업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성장률이 둔화한 가운데 코로나 19라는 외부 충격이 작용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국 경제가 22년만에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830조5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가 감소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GDP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작년 민간 소비는 2019년에 비해 5% 감소했다. 외환이기 여파로 찬바람이 몰아친 1998년(-11.9%) 이래 최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 경제 정책이 내수를 살리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 19의 여파로 소비 활동이 위축되면서 내수 시장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연간 기준 수출 증가율도 -2.5%로 1989년(-3.7) 이후 가장 나빴다. 코로나로 세계적으로 소비활동이 둔화되고 일부 지역의 생산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가 6.8%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예상하고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는 자동화 투자여서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편중 정책으로 고용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공장 자동화에 나서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한국이 왜 전세계에서 로봇 사용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는지 숙고해 봐야 한다.

민간 소비와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에서도 -1%로 성장률 둔화를 저지한 것은 재정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 지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총 66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주체별로 성장 기여도를 보면 민간은 2%포인트를 끌어내린 반면 정부는 1%포인트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88년 이후 22년만에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부터라도 민간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국가의 자원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1%로 성장률 감소를 막은 것을 놓고 연일 자화자찬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기대치를 뛰어넘어 주요 선진국보다 성적표가 나았다. 정부도 충실히 역할을 했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글을 공유해 홍 부총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규모 10위권 내 선진국들이 –3%에서 –10%이상 역성장이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최상위권의 성장실적"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는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 

한국경제는 70년대 평균경제성장률이 10.3%로 매 7년마다 GDP가 두배로 성장했다. 80년대에도 석유파동을 제외하면 평균 9.8% 성장하는 경이적인 성장을 했다.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이 지지부진할 때 한국은 늘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을 구가하며 경제기적을 일궜다. 2008년 발생한 유럽 금융위기 여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9년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휘 아래 0.8%의 성장률을 기록, 세계 5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한국은 당당히 플러스 성장률을 지켰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는 작심하고 재정 지출을 늘려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00조였던 국가예산은 매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2021년에는 558조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코로나 19 손실보상이 법제화하면 올해엔 추가로 100조원 이상이 더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빚으로 버티는 사회가 됐다. 이른바 정부, 기업, 가계 부채가 모두 1000조원 시대가 됐다. 작년 11월말 기준 826조원인 중앙 정부 부채는 곧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다. 은행가계대출은 작년 말 988조8000천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0조5000억원(11.3%)이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976조4000억원으로 107조4000억원 증가해 10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V자형으로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한국은행은 3%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와 세계 경제 회복으로 예상이 적중할 수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합계출산율 1명 미만으로 작년 신생아가 27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초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다. 

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노년층만 늘어나는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재정 지출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 이어지면 일본처럼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상 최초로 개도국에서 주요 7개국(G7) 수준 국가가 됐지만 이후 수십년 간 지지부진하며 현상유지에도 허덕이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엄청난 재정 투입이 이뤄졌지만 그 효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부분 일회성 일자리, 선심형 복지자금으로 사용됐다. 금융개혁, 기술개발, 기초과학육성, 산업구조개혁, 근로자 재교육, 교육혁신 등 장기적으로 내수를 활성화하고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분야가 아니고 먹고 마시고 쓰는 곳에 투입됐다.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살포할 기세다. 이대로 가면 감당 못할 위기가 올 수 있다.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부터라도 민간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국가의 자원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말 대로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 투자는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민간을 살려야 경제가 산다. 기업 경쟁력 회복, 일자리 늘리기, 격차 해소를 통한 실질적 공정의 달성에 힘써야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