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지회장, 물류 창고서 물품 던져 파손…대리점주, 계약 해지 통보
CJ대한통운 본사, 대리점주에 "터미널 부지 알아보겠다" 압박
[미디어펜=박규빈 기자]CJ대한통운이 한 대리점의 택배노조 간부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자 해당 대리점 점주에게 해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대리점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 CJ대한통운 창녕 대리점에서 A 지회장으로 지목된 인물이 택배 상자를 발로 차고 던져 물품이 파손됐다./사진=독자 제보


2일 택배업계 관계자 제보와 협동조합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 연합'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경남 창녕 대리점 택배노조 이모 지회장은 지난해 12월~올해 1월 사이 물류창고 하차 현장에서 배송품을 던져 파손시켰다. 이 지회장으로 지목된 인물이 물품을 던지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녹화 영상 속 그는 택배 물품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내용물이 터져 바닥에 나뒹구는 일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행동에 CJ대한통운 창녕 대리점 성모 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계약 만료를 이유로 이 지회장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성 소장은 "이 지회장과 4년 반 가량 함께 일했는데 출퇴근 모두 이 지회장 임의대로 하는 등 근태가 좋지 않아 계약 만기일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해고가 아닌 계약 해지인 이유는 택배기사인 이 지회장은 개인 사업자임과 동시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로 분류돼서다. 이 외에도 1년에 2개월 이상 출근하지 않는 택배기사도 있으나 민주노총 소속 택배노조 힘이 강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성 소장 설명이다.

그는 "택배노조원들은 관리인인 나를 대리점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배송품 수령을 해오지 않으면 태업이라고 주장하는 등 고용노동청에 나를 7회 고발했으나 7회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고 전했다.

성 소장은 "계약 만료로 더 이상 업무상 관계가 없는 이 지회장이 무단으로 출근해 물건을 탈취하는 일도 벌어진다"며 하소연했다.

   
▲ CJ대한통운 창녕 대리점장 성모 소장이 이모 지회장과의 계약을 해지하자 택배노조가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성 소장은 "사유지에 있는 터미널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사진=독자 제보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도 CJ대한통운 본사는 외려 대리점장인 성 소장에게 이 지회장·노조원 김 등 택배노조원들과 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면 창녕 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 연합 측은 "본사 차원에서 내용 증명을 보내는 등의 조치를 하거나 계약 해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해지사장은 (일이 커지니) 택배노조를 품으라고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CJ대한통운 본사 소속 김해지사장은 창녕군 내 또 다른 곳에 터미널 부지를 알아보는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했다. 사실상 계약 해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 연합 관계자는 "성 소장 간 계약 해지 사유가 정당한데도 이 지회장이 (상대적으로 힘 센) 택배노조에 가입돼 있어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본사 차원에서는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을'인 대리점장을 바꾸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CJ대한통운 본사는 대리점주를 희생시켜 손쉽게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성 소장은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본사 소속 사업팀장은 그제서야 (성 소장이) 사업하는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수위를 낮췄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대리점과 터미널 시설에 20억원을 투자했고 인력 공백이 생기면 사비를 들여 메워왔다"며 "본사는 운영비를 한 푼도 대주지 않으면서 노조보다 더 한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원 지역 CJ대한통운의 한 택배기사 김모 씨는 "CJ대한통운 본사가 대리점주를 보호하지 않고 이 지회장 등 택배노조를 감싸는 이유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안(생물법안)'을 의식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생물법안은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종사자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이 법안은 택배 종사자의 안정적 계약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6년 간의 운송 위탁계약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토록 하고 있다. 그럼과 동시에 영업점과 종사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택배를 분실·훼손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사업자도 영업점·종사자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리점과 계약된 택배기사 등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리점주들에게는 더욱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생활물류서비스 품질 증진과 종사자·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소비자 만족도 △서비스 안전성 △종사자 권익증진에 관한 사항을 평가해 공표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국토부가 택배 회사들의 '절대 갑'으로 군림하게 된다.

국토부는 지난달 8일 "종사자 보호조치가 미흡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생물법에 따른 개선명령 발동·서비스 평가 반영 등을 통해 적극 이행토록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주를 보호할 수 없게 된 건 미리 국토부 눈치를 보고 있어서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물류업계에서는 사실상 생물법이 택배노조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성 소장과 이 지회장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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