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보고 수준·아이디어 차원" 해명에도 문건 의혹 '확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사건 수사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문건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이 전면 공개되면서부터다.

이들이 감사원 감사 직전에 삭제한 문건 530건 중 탈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및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조에 대한 동향 보고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놓고 일부 시민단체 고발이 이루어지면서 민간인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7년 10월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안 보고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정보수집 및 관리 행위에 대한 적법성을 살펴달라"며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 관련 공무원들을 민간인 사찰 혐의로 고발했다.

산업부는 "통상적인 동향 보고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담당 수사팀인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구속 여부를 검토하고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수사 확대에 대한 또다른 방아쇠는 산업부가 앞서 작성했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북원추) 문건이다.

산업부가 북원추 문건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밝힌 가운데,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북원추 문건의 백데이터와 관련 자료를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은 북원추 문건을 생성하기 위한 사전단계의 기초자료 등으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를 통해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여부를 규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검찰청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3일 본보 취재에 "아이디어 차원의 문건 치고는 상세히 작성되어 있어 윗선 지시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은 되지만 어디까지나 정황"이라며 "2018년 당시 산업부가 북한 원전 문건을 생성한 시점과 감사원이 확인한 원전 평가 조작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 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산업부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한 문제의 정책보고서가 정확히 무슨 이유로 작성되었는지 그 경위, 당시 청와대든 어디든 어느 선까지 배포되었고 그 가공과 활용, 지시와 보고가 어디까지 되었는지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혐의를 인정한 산업부 공무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2명을 구속시켰고,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백운규 전 장관을 지난달 25일 직권남용 등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경제수석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을 비롯해 사회수석 등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윗선은 한두 곳이 아니다.

별건 수사는 아니지만 검찰이 어느 선까지 수사를 확대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에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향후 검사 인선 등 체제를 완비하고 수사대상을 선정해 본격 수사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