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등 배정으로 소액 투자자 IPO 참여 활발…청약 경쟁률 고공행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올해부터 공모주 일반 청약에 ‘균등 배정’ 방식이 적용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IPO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소액 투자자가 늘어나고 청약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일각에서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중복 청약 꼼수도 등장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상 IPO 비수기로 통하는 지난달 수요예측과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 기업은 총 1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엔비티, 선진뷰티사이언스 등을 비롯한 5개 종목이 지난달 상장을 마쳤다. 

지난해 1월 상장이 전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월에 상장한 기업은 매년 2개에 그쳤다. 

이중 △아이퀘스트 △레인보우로보틱스 △와이더플래닛 △솔루엠 △핑거 △엔비티 등 6개사의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을 넘어서 결정됐다. 또 △선진뷰티사이언스 △씨앤투스성진 △모비릭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4개사의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확정됐다.

투자자 청약에서도 높은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10개 기업 중 총 7개 기업이 100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엔비티는 4397대 1의 경쟁률로 지난해 상장한 이루다의 역대 최고 기록(3039대 1)을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공모주 균등 배분 방식 도입 등 제도 개선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IPO 참여가 활발해 지면서 청약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올해 균등 배정 방식으로 일반 청약을 진행한 신규 상장사 5개사의 청약 건수는 평균 10만5006건으로, 기존 차등 배정 방식의 청약을 진행한 상장사의 평균 청약 건수(5만4015건) 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균등 배정은 일반 청약자 배정 물량의 절반 이상을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하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물량을 많이 가져가는 차등 배정 시스템이 개인 투자자들의 IPO 참여 기회를 제한한다는 지적에 따른 보안책이다.

균등배분 방식이 적용된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최소 청약 단위인 10주의 청약 증거금 16만원을 납입하면 4주가 배정됐다. 이전 방식대로라면 경쟁률(674.04대 1)과 공모가(3만2000원)를 고려했을 때 약 1000만원을 넣어야 겨우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IPO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사람(계좌) 수대로 소액 투자자를 우대하면서 동원할 수 있는 가족 등의 숫자가 절대 기준이 된 탓이다. 

앞서 예를 든 씨엔투스성진을 4인 가족이 모두 청약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1인당 16만원의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납입하면 총 64만원의 금액으로 가족 통틀어 16주를 받을 수 있다. 만일 같은 물량을 개인이 홀로 청약을 통해 받으려면 약 3억원의 증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일반 청약에서 청약 계좌 수가 중요해졌지만 주관 증권사 간 정보 공유에 필요한 전산화 시스템은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다. 즉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 청약을 한다고 해도 사실상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질서에 반하는 행위가 성행하는데도 여전히 이를 막을 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하나의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진행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또 균등 배분을 절반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손들의 입지는 줄어든 채 IPO 시장이 하락 사이클로 돌아서기라도 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면서 “시장이 시들해지고 개인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면 균등 배분 물량을 증권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