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GE·P&W 중심 엔진 보유…아시아나, RR 엔진 상당해
최세종 한서대 항공부총장 "세계 10위권 항공 정비기업 도약 기회"
"RR이 엔진 정비 못하게 한다는 건 오해…아시아나와 계약 따른 것"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항공기가 비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추진력 또는 양력을 얻기 위한 장치.'

무기백과사전에 올라있는 항공기 엔진의 정의다. 동체의 기종에 따라 제조사의 엔진 옵션도 달라지며 계약 조건에 따라서는 항공사의 자체적 엔진 정비 가능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며 대한항공을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국내 1·2위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알린 것이었기 때문에 항공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대 항공사 주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과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 역시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M&A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정비와 같이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 입장이다.

   
▲ 대한항공 정비본부 소속 엔지니어들이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정비 격납고에서 A380-800 항공기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정비본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기준 여객기와 화물기를 포함, 총 16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항공기들에 쓰이는 엔진은 제조사가 프랫앤휘트니(P&W)·제네럴 일렉트릭(GE)·CFM 인터내셔널(CFMI)·엔진 얼라이언스(EA) 등으로 다양하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모델과 엔진 형식, 사용 현황은 △B747-400, PW4056(장착 20대/예비 8대) △A330, PW4168(58/8) △B777, PW4090(32/7) △A220, PW1521(20/2) △B777, GE-90-100(76/8) △B747-8, GEnx-1B(20/2) △B787, GEnx-2B(68/6) △B737, CFM56(50/8) △A380-800, GP7270(40/5) 등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현재 날개에 장착돼 있는 엔진의 총 갯수는 384개이고 예비 엔진은 53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본지는 아시아나항공 측에도 보유 항공기와 엔진 현황에 대해 조회해봤다. 지난달 26일 기준 여객기·화물기 총합은 83대. 그러나 엔진에 관한 사항은 대외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예비 엔진 대수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과거 자료 검색·취합을 통해 △A380-800, 롤스로이스 plc 트렌트(RR Trent) 900(24대 사용) △A330-300, PW4000(30) △B777-200ER, PW4000(18) △A321-251NX, CFMI LEAP-1A32(6) △A320-200, IAE V2500(8) 등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사용 중인 엔진 수와 기종 추론이 가능했다.

2019년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롤스로이스 plc 예비 엔진을 11대 늘려 총 30대를 비축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항공업은 중후장대한 산업분야로 취급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장비 통일성을 갖출 경우 유지·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진다. 항공사들이 항공기나 엔진 기종을 최대한 일원화 하려는 이유다.

   
▲ 롤스로이스 plc 트렌트 엔진 제품군./사진=롤스로이스 제공
일각에서는 정비 영역까지 통합이 이뤄질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롤스로이스 plc 트렌트 엔진 정비 관련 애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롤스로이스 plc 엔진을 사용하고 있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엔진 정비 시설이 없어 외주로 해결하고 있어서다. 대당 도입 가격이 약 300억원에 달하는 엔진 수리를 맡기면 대번에 50억원까지도 나갈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이 자사 정비 시설에서 취급하지 않는 엔진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비 분야에서는 계약 문제가 얽히고 설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차후 고민해야 할 부분인 건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항공정비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아시아나항공 정비본부장을 역임한 최세종 한서대학교 항공부총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치면 대한항공은 세계 10대 MRO 기업으로 거듭날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대한항공 정비본부 소속 엔지니어가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정비 격납고에서 A380-800 항공기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사진=연합뉴스
최 부총장은 "엔진을 분해하고 정비 경험이 쌓이면 곧 규모의 경제 논리로 이어진다"며 "글로벌 탑티어 엔진 정비 기술력을 갖춘 대한항공이 롤스로이스 plc 등 최대한 많은 종류의 엔진을 다룰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롤스로이스 plc가 엔진 정비를 자사 공장에서만 하도록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부총장은 "기본적으로 각 항공사들에 엔진 정비 권한이 주어진다"며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도입 당시 롤스로이스 plc에 일정 기간까지 독점 정비권 부여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부총장은 "운영 노하우가 쌓인 대한항공이 엔진 정비 역량은 갖추고 있으나 아시아나항공과 롤스로이스 plc과 체결한 엔진 계약 조건 탓에 손 대지 못한다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 회장(오른쪽)이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 소재 아이에이티㈜의 항공엔진테스트시설(ETC) 완공 기념행사에서 이영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왼쪽), 안상수 의원(가운데) 등 내빈들에게 B777 엔진과 테스트 시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016년 대한항공은 P&W와 인천 영종도에 항공 엔진 테스트 시설(테스트 셀)을 공동 건립했다. 이곳에서는 프로그램밍을 통해 15만 파운드급 엔진까지 테스트 할 수 있는 만큼 롤스로이스 plc 엔진도 예외가 아니다.

한편 최 부총장은 "엔진 처리 방안은 항공기와 함께 봐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양사 모두 A380-800 기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모델은 GP7270을, 아시아나항공은 롤스로이스 plc 트렌트 900을 달고 있어 기왕이면 같은 엔진을 쓰는 게 관리 차원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회사 모두 경영난에 처해있어 한 회사의 기재만 남기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나머지는 도태시키는 게 건강한 영업환경 조성에 좋다는 이야기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