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에 적극 협조했는데, 이런 결과 상상도 못했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로 그룹해체 위기를 맞고 있는 김준기 그룹회장이 2일 신년사에서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구조조정의 모든 권한을 산은에 위임하고, 적극 협조했는데도 그룹해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패키지딜의 실패와 자산의 헐값매각, 억울하고도 가혹한 자율협약, 비금융계열사들의 연이은 신용등급 추락, 무차별적인 채권회수 등 온갖 불합리한 상황들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이로인해 동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산은에 적극 협조하고, 3조원이상의 대규모 자구노력까지 했는데, 산은의 패키지딜 매각 실패등으로 그룹이 초토화됐다고 강조했다. 김회장은 "지금은 창사이래 반세기만의 최대위기"라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동부를 세워나가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가장 가슴아픈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땀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된 데 있다"는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식처럼 키워온 계열사들이 이곳 저곳으로 팔려가는 것을 보면서 팔 다리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다. 온갖 신산고초를 겪어가면서 계열사들을 정성스럽게 키워온 창업주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실제로 동부제철은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동부건설과 동부LED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동부특수강, 동부발전은 매각됐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그룹의 철강 건설 물류부문이 완전히 와해됐다는 것이다. 지금 살아남은 다른 계열사들도 크고 작은 유동성 문제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장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주도하의 사전적 구조조정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부가 비협조적이었다는 산은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했다. 산은의 입장을 수용해서 3조원규모의 대규모 사전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다른 구조조정 그룹 총수처럼 사재출연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김회장의 지분과 재산, 심지어 집까지도  모두 경영정상화에  투입됐거나, 담보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그룹은  산은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장은 지금은 그룹 반세기 역사상 최대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지속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더욱 더 가혹하고 힘겨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김회장은 역사는 살아남는 자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이 기막히고 고통스럽지만, 좌절 뒤에 위대함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참담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서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서로 힘을 합쳐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간다면 반드시 조속한 시일내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맞이하고 새로운 동부의 내일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