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유임 현실화로 '재판부 배치 원칙' 무너져
문재인정권 1년 2개월 남았는데…사건 결론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9일 법원이 밝힌 사무분담(재판부 지정)에 따르면, 특정 법관에게 특정 사건을 4년째 맡기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전현직 법관들을 비롯한 법조계는 입을 모아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 보다 심각한 '김명수식 법관 인사'라고 우려하고 나섰다.

일반적으로 법관을 법원에 배치하는 것은 대법원이, 법원 내에서 재판부에 배치하는 것은 각급 법원장이 해왔다. 법관은 한 법원에 3년, 동일 재판부에 2년 근무하는 것이 기본적인 인사 원칙이다. 이번 인사가 이를 완전히 깬 것이다.

특히 법원이 법관에게 재판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것은 재판 공정성을 위한 핵심 장치인데, 이것이 정면으로 부정됐다. 법관의 장기 유임이 현실화되어서다.

사건 접수시 어느 재판부가 맡을지 모르는 것이 재판 독립의 핵심이라는 시각에서, 사건을 심리해온 판사를 그대로 계속 두는 이번 인사는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권의 핵심이라는게 법조계 중론이다.

   
▲ 거짓 해명 건으로 공식사과했지만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힌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알려진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 결과에 따르면, 김미리 부장판사가 중앙지법에 4년째 근무하며 형사합의21부에 그대로 남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을 이어 가게 됐다.

다만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김미리 부장판사와 함께 사건을 심리할 나머지 두 명의 판사는 부장판사로, 이 재판부는 부장판사 3인이 합의하는 '대등 재판부'다. 김 부장판사가 주도해 사건을 결론 내기 어려운 구조라 변수가 크다.

사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사건 보다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 조명을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지난해 1월 배당받았지만 아직 1차 공판조차 열지 않고 있다. 공판에 앞선 공판준비기일이 소환 불응과 기록 문제, 코로나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장판사는 앞서 웅동학원 채용비리와 관련한 '조국 동생' 조모씨 사건에서 주범인 조 씨에게 공범들보다 더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윤종섭 부장판사도 이번 인사에서 잔류가 정해져 서울중앙지법에서 6년째 재판을 이어간다.

같은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 2명 또한 4년째 같은 재판부에 남게 됐다. 앞서 이들은 불공정 재판을 이유로 기피 신청을 받았고, 이에 따라 8개월간 재판이 공전하기도 했다.

반면 조국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임정엽·김선희 부장판사는 잔류를 희망했지만 다른 법원으로 전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성지용 중앙지법원장의 이번 인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인사는 만사'라고 하지만 사실관계와 공정을 잣대로 피의자의 유무죄를 가려야 할 법정은 예외가 되어야 한다. 각급 법관들이 재판 공정성과 독립을 위해 엄정하게 사건을 다룰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