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석, 거취 대통령에 일임…“대통령의 고민 시간 남아”
청와대, 주말 내내 ‘돌아오라’ 메시지 후폭풍 관리 안간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검사장급) 인사 과정에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업무에 복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차례 반려 끝에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인사 과정에서 ‘패싱 논란’을 겪은 신 수석이나 임명 2개월여만에 ‘사의 논란’을 겪은 문 대통령 모두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신 수석은 업무에 복귀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고민해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수순이 남았다는 것이지만 대통령 리더십이 입은 타격은 적지 않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지만 ‘패싱 논란’까지 불렀던 만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마무리하려던 검찰개혁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선 ‘레임덕 프레임’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가 미래권력이나 야당 견제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레임덕이라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 대통령 재가없이 휴일에 인사발표를 했다는 의혹이 남아 있는 등 권력 누수 현상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정만호 청와대 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대통령께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서 직무를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수석의 이 같은 입장은 이날 아침 대통령과 함께하는 현안 보고 티타임에서 표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했으니 일단락됐다. 대통령이 결정할 시간이 남았고, 고민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수석이 지난 휴가 중에도 이날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한 조율 과정에 참여해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2.31./사진=청와대

실제로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인사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자 폭행사건 등 주요 수사를 이끄는 부장검사들이 유임됐다.

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채널A 기자 및 한동훈 검사장 사건 처리를 두고 대립해온 변필건 형사1부장 역시 유임됐다.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났다.

앞서 지난주에 휴가원을 내고 주말까지 4일간 숙고의 시간을 가진 신 수석이 이날 청와대에 출근해 사퇴를 확정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신 수석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문자를 보냈다는 전언도 나왔다. 

일각에선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없이 인사를 단행할 수 없고, 법무장관과 민정수석 간 갈등 상황에서 사실상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이 아니라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있다. 다만 신 수석의 사의 논란이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므로 후폭풍 관리 차원에서 신 수석을 붙잡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내내 신 수석에게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했다. 신 수석이 월요일 출근할 것이라는 발표도 비공식적으로 냈다. 또 청와대는 일부 매체의 ‘박 장관의 7일 인사 발표는 문 대통령의 사후 재가를 받았다’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을 패싱한 박 장관에 대한 감찰 요구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즉각 반응했다. 

정만호 소통수석은 20일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되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무리한 추측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 수석은 또 첫 문자를 보낸지 한시간여 만에 다시 한번 “검찰 인사 과정과 관련하여 근거없는 추측 보도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또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검찰 후속 인사까지 확정된 것처럼 추측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시 한번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재가 없는 검찰인사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 (제가) 아침에 신 수석 입으로 ‘감찰을 건의드린 바 없다’고 말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무리한 추측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