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사의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했다. 신 수석의 사의 파동은 일단 문 대통령의 반려 상태로 일단락됐지만 최종 대통령의 결정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지난 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기습 발표한 검찰 고위간부(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배제되자 사의를 표명한 신 수석이 휴가를 내고 숙고에 들어가자 청와대에 출근하면 최종 사표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청와대는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제 문 대통령이 고민해 결정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23일 현재까지도 신 수석의 사의 철회나 거취 일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우선 문 대통령이 이번에 신 수석에게 ‘시한부 유임’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신 수석의 사의를 몇차례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번 사의 파동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신 수석도 이런 점을 잘 아는 만큼 청와대의 권유를 받아들여 참모로서 타격이 덜한 방식으로 퇴진하기로 조율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수석의 사의를 철회하기 위해선 검찰 인사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신 수석의 업무복귀 당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인사에서 윤 총장의 요구대로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의혹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 등이 유임됐다.
지난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달리 이번엔 윤 총장의 요구가 반영되는 등 신 수석의 조율이 작동됐으나 앞으로 윤 총장의 퇴임 전후로 법무부와 검찰이 또다시 충돌할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문제에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 윤 총장 퇴임 이후 하반기 대규모 검찰 인사 등이 남아 있다.
더구나 신 수석은 휴가기간 중 주변에 “동력을 상실했다”고 밝힌 바 있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직무를 계속 수행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아주 빠르면 다가오는 청와대 개편 때나 4월 재보궐선거 이후, 또는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교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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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2.22./사진=연합뉴스 |
반면, 문 대통령이 여러차례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할 정도로 신 수석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데다 웬만해선 한번 기용한 참모를 잘 교체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신 수석을 끝까지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신 수석을 교체할 경우 또다시 검찰과의 갈등 관계가 부각돼 임기 말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록 검찰 출신이지만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신 수석을 곁에 두고 검찰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번 ‘신현수 패싱’ 논란에서 박 장관이 7일 검사장급 인사를 발표하기까지 문 대통령의 결재가 있었는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민정수석 패싱’에 이어 ‘대통령 패싱’까지 의혹의 대상이 된 것으로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재가는 있었다”며 강력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서 다른 임명안 결재에선 분 단위까지 결재 시점을 공개한 바 있는 청와대가 유독 이번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않고 의문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이번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절차적, 법적 하자를 잘 알고 있는 신 수석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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