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속도조절론 일축 "이르면 내주 발의"…'정권 시녀화' 누가 책임지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및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분리가 검찰개혁인지 검찰해체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법조계는 '개혁이라는 말을 내세운 해체'라고 보는게 중론이다.

여당은 일각에서 제기한 속도조절론을 일축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6대 범죄 수사권 이관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소 분리법을 발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기차게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검찰 힘빼기'에 주력해왔다. 그 결실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6대 범죄(부패·경제·4급 이하 공무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직접수사권을 갖고 있다.

   
▲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 장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복안은 이마저도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전부 이관하고, 향후 검찰은 기소 및 공소 유지만을 맡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는 지난 25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관련 입법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에 대해 특위 대변인 오기형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도적 기능적 조직적으로 분리해 수사청 형태로 설치하자는 것"이라며 "수사청 명칭은 중대범죄수사청이고 소속은 법무부 산하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 여론은 강경하다. 범죄 대응 능력에 공백이 생기고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26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범죄 대응 능력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수사 전문 인력들이 새로운 수사 기구에 가야 하고, 검사 신분과 영장 청구권 등이 보장돼야 하지만 이 같은 여건은 수년 내 충족될 수 없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사청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 평검사회의가 아니라 전국검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구승모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은 미국 독일 일본 등 각국의 중대범죄 수사 현황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중대 사건은 연방검사가 수사 개시 결정 권한을 갖고 처음부터 연방 수사관들과 긴밀히 협의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검찰청·지방 검찰청도 중대 사건을 수사할 자체 수사인력을 확보한 경우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사는 수사권을 직접 갖고 있거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럽평의회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46개 회원국 중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모두 없는 나라는 영국·아일랜드·핀란드·몰타 4개국이 전부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에 대해 "수사권의 본질이 사법권이고 수사는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절차여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수 없다"며 "수사 기소 분리론은 국적불명의 허구적 논리다. 중대범죄수사청 강행은 정권 입장에서 검찰을 무력화 시키고 자신들이 인사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수족을 두게 되니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청의 부장검사는 본보 취재에 "중수청이든 경찰이든 공수처든 내부적으로 특정 사건을 뭉개버리거나 특정 피의자를 지목해 표적 수사를 벌이는 것이 우려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작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았다. 이를 안착시킬 생각은 커녕 정권에 위협이 되는 검찰 수사를 없애버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특위는 이와 맞물려 검사의 사건배당 기준을 제도화하자는 명분으로 사건배당기준위원회도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기소 후 공소유지에 있어서 검사의 사건배당까지 통제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강행하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이 실제 어떤 결과로 끝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임기가 1년 2개월 남은 상황에서 레임덕을 가속화시킬지, 바라던대로 검찰 해체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