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도 팩트가 되는 국회 청문회…민간 사절단 역할 기업 총수 의미없는 죄인 만들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중대 사안을 결정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국회의원들이 간만에 하나로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의견차이로 신경전과 육탄전도 불사하던 여야 의원들이 간만에 하나 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이번 합심이 국민들의 울림을 얻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진행한 '산업재해 청문회'의 일이다. 

   
▲ 국회의사당./사진=미디어펜


평소 같으면 날이 선 비판이 여당과 야당 서로를 향해 있었겠지만 이 날 만큼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 열렸다. 목표는 기업 총수였다. 정말 보기 드문 합심이었다.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서로를 비판하는 모습이 국회의원을 떠올리면 상상이되는 이미지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 모두가 바라는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기업총수를 향해 날을 새우며 험담수준의 폭언을 쏟았다.

쏟아내는 폭언은 수준도 엄청났다. 일간의 설로 돌던 이야기도 이 자리에서는 팩트가 됐다. 마치 험담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 것처럼 산업재해가 아닌 다양한 소재로 기업 총수들을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이번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시기적으로도 '정치쇼'를 우려하는 여론이 많았다. 이런 우려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의원들은 기업 대표들을 고압적으로 대하며 호통을 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관된 국회의원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기업대표들은 원론적인 답변만 하며 고개숙여 사과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여론은 싸늘했다. 국회의원들이 황당한 질문을 하고 호통을 치니 기업대표들도 당황해서 영혼 없는 사과로 일관하는 모습만 보여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이미 각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중인 상황에서 특별히 더 내놓을 수 있는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번 청문회 역시 구태만 난무하는 전형적인 '맹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향해 느닷없이 신사참배 의혹을 제기했다. 노웅래 의원은 일본의 한 종교시설을 방문한 최 회장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꺼내들면서 "신사참배 간 것을 인정하라"고 윽박질렀다. 

최정우 회장이 "절에 간 것"이라고 해명해도 노웅래 의원은 거듭 따지고 물었다. 산재와는 상관없는 때아닌 신사참배 의혹제기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미디어언론상생TF단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이 가짜뉴스로 증인을 공격하는 이중성이 더 비난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도 산업재해라는 본질보다는 기업인 망신 주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정우 회장이 냈던 진단서를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회장님이 낸 요추부염좌상 진단서는 주로 보험사기꾼이 내는 진단서다"며 비판했다. 

   
▲ 산업부 김태우 기자.
같은 당 임이자 의원도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포스코의 회장으로 사망자에게 정중히 사과해야지 허리가 아파서 못 나오겠다고 한 거냐"고 물었다. 최정우 회장이 "제 생각이 짧았다"고 답하자 임이자 의원은 다시 "이건 회장의 인성"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은 청문회 전 허리 지병을 이유로 지난 17일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다시 출석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를 이유로 사기꾼이라는 발언까지 나오며 면박을 준 것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험담수준으로 증인을 깎아내리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런 질문들이 산업재해와 큰 연관이 없어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증인들의 인권과 명예는 고려되지 않았다. 청문회 증인석에 서있으니 당연히 받아야할 질타로 여긴 것이다. 

결국 이날 국회의원들의 최대관심사는 산업재해 문제가 아니라 지지층의 마음에 들기 위한 사이다 발언에만 치중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총수들은 민간외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더욱이 많게는 수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대표하고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기업의 총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번 청문회에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단지 국회의원 자신의 지지기반을 만족시켜 표심을 잡기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기술력으로는 세계 톱 클래스에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으로 기존의 투자기업들도 발을 빼고 싶어 하는 곳이 됐다. 미국과 중국처럼 내수시장이 활발한 것도 아니고 기업경영을 하기 좋은 여건도 아니다보니 더 그렇게 됐다. 

여기에 기업 총수들은 욕을 먹어도 되는 사람들 이라는 프레임까지 씌워져 수만명의 고용을 책임지고도 욕을 먹고 법정구속이 되는 등의 일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대표들 역시 이같은 국내 산업환경과 여건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할 정도다. 

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여건과 마음만 같으면 해외에 공장을 두고 기업활동을 하고 싶다"고 호소할 정도로 모든 기업들이 떠나고 싶은 나라가 '대한민국'이 됐다. 

이익단체인 기업에 투자를 요구하고 근로자들의 근로환경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국민을 위한 일이지만 대부분이 국내 기업인 한국에서 이들을 대표하는 총수 역시 대부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이를 위해서도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경영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꼭 필요한 정책중 하나일 것이다. 다수의 지지기반 표심만을 위해 정작 필요한 곳의 정책과 해결방안을 뒤로하고 국회의원 자신들의 얼굴 알리기에 활용해서는 안되고 진정한 국민을 위한 행보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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