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격호 롯데총괄회장 |
'85조원대 5조원.'
한국롯데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일본롯데의 외형이다. 한국롯데 매출이 일본롯데에 비해 17배나 많다. 한국롯데는 일본롯데의 자금을 바탕으로 잇따라 설립됐다.
2차대전이 끝난 45년 신격호회장은 도쿄의 낡은 창고에서 창업에 도전했다. 창고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기름과 비누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42년 혈혈단신으로 관부연락선(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는 여객선)을 탄 후 우유와 신문배달등 막노동으로 사업밑천을 마련했다. 48년엔 자본금 10만엔으로 껌생산공장인 롯데를 설립했다.박정희정권시절 포스코같은 제철소를 지으려 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제철업만은 국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박정희대통령의 지론이었다. 대신 신격호회장은 호텔과 유통 레저 식음료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롯데는 이제 한국과 일본롯데를 거느리면서 거대한 롯데왕국을 이룩했다. 국내 재계 랭킹은 5위로 부상했다.
이제 초창기 껌재벌을 넘어 식음료 호텔 유통 화학 건설 등 종합그룹으로 도약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지막 꿈은 잠실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 100층이상의 초고층 타워를 지어 한국과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숙원사업이다. 여기에 초대형 쇼핑 레저시설을 지어 동북아 최대 명품관광명소로 만들고 싶어한다.
|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초고층 랜드마크가 완공되면 신격호회장의 오랜 꿈은 완성된다. 일본에서 번 돈을 모두 가져와서 고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려던 오랜 드림이 실현되는 것. 신회장은 굴뚝없는 공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국인들을 대거 유치해 달러를 벌어들이고자 했다. 초고층타워는 이를 가능케 해줄 것이다. 완공되면 매년 수백만명이 찾아와 달러를 쓰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신회장의 올해 나이는 94세. 아직도 목소리가 뚜렷하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고 한다. 최근엔 계열사별로 올해 경영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연초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부회장이 계열사에서 해임되는 사건이 터진 것.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는 신동주 부회장이 (주)롯데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고 밝혔다. 국내 롯데관계자들도 일본롯데의 발표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간의 사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궁금해 하고 있다. 그룹홍보실도 전혀 멘트할 정보가 없다고 한다.
오로지 창업주 신격호회장만이 알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이번 장남의 자회사 임원 해임은 몇가지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일본 롯데가 사업실적이 부진해 장남이 창업주의 눈밖에 난 것 아니냐는 것. 일본 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한 후 이렇다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식음료 분야에서 확장을 시도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일본롯데 매출은 5조원가량에 그치고 있다.
반면 한국롯데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차남 신동빈회장이 맡은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를 통해 재계랭킹 5위 재벌로 급성장했다. 롯데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항상 유력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세를 신장시켜왔다.
신동빈회장의 경영능력이 인정받은 셈이다. 신격호회장이 장남보다 차남을 승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90년대에는 일본롯데는 신동빈회장이, 한국롯데는 신동주부회장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장자상속이란 한국의 유교적 전통에다 신동빈회장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일본인 부인과 결혼하는 등 일본문화와 경영풍토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창업주는 누가 롯데그룹을 더 잘 키울 것인가를 판단한 것 같다. 유교적 가풍과 질서를 뛰어넘어 가장 강하고 능력있는 아들에게 롯데왕국을 맡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에겐 가업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계사를 보면 장자상속이 반드시 불문율은 아니었다. 삼성은 3남인 이건희회장이 대권을 이어받았다. 장남 이맹희회장, 차남 이창희 회장등은 경영수업과정에서 창업주 이병철회장의 눈밖에 났다. 현대차도 정주영명예회장은 4남 정몽헌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가 옛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을 치러야 했다. 반면 LG는 장자상속전통이 철저하다.
신격호회장의 후계구도와 관련한 구상을 보면서 결국은 가족질서, 유교적 문화와 가업수성은 별개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공교롭게 신격회장은 혈육들과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사업을 둘러싸고는 엄격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동생 철호씨, 춘호씨, 준호씨와 갈등을 불사하며 롯데왕국을 지키려 했다. 매제인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과도 롯데브랜드 사용문제로 소송을 벌여 상호를 못쓰게 했다. 이번엔 장남에 대한 결단을 내리려는지 궁금하다. 신격호회장에겐 가장 중요한 게 롯데를 100년이상 이어갈 후임자를 찾는 것이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