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부의 코드인사나 낙하산 인사 부분, 수사기관, 감독기관에 대통령 측근을 보내놓으니까 기관의 목적이 무력화 됐다.”
지난 2020년 8월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주 원내대표는 당시 국정감사의 핵심 키워드로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거론했다.
불과 8개월가량 뒤인 2021년 3월,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신임 국회도서관장 추천 절차에 대해 문의했다. 원내대표 임기를 두달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차관급에 해당하는 국회도서관장에 본인의 측근을 앉히기 위해서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방문은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국회도서관장을 교체하기 위한 절차에 대한 문의만 이뤄졌을 뿐 구체적으로 실무 작업이 진행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국회도서관장의 임기가 법적으로 명시된 것은 없다. 관례상 2년정도로 임기를 유지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회도서관장직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대표와 상의해 추천한 뒤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만큼 절차장 문제될 부분은 없다는 의미다.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 온 주 원내대표의 ‘내로남불’이다.
지난 2017년 10월 26일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였던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정부기관' 파견근무 희망 여부를 조사한 것과 관련, "민주당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과,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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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2020년 8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정기국회 대응 기조를 언급하면서 “2년 전까지 낙하산 인사를 챙겨보니 휴일을 빼고 매일 한 사람씩 보냈다. 그 이후에도 많이 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정권이 능력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얼마나 공직을 맡겼는지 체크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10월 26일 국회를 찾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을 전달했다. 그 중에는 낙하산 인사 심화에 대한 질의가 담겨졌다.
또 다른 문제는 입법부의 독립기관인 국회도서관이 제1야당 원내대표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도서관장의 임기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통상 국회 전반기와 후반기를 기준으로 2년의 임기를 관례적으로 보장해으며, 이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국회도서관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 4개월이었다.
지난 2019년 12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추천으로 임명된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올 3월 기준으로 1년 3개월 가량 재직하고 있다. 만약 주 원내대표가 퇴임 전 새로운 인물을 추천할 경우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다.
주 원내대표가 본인의 측근을 위해 기존 관례를 무시한다면 후임 원내대표 역시 본인의 측근으로 교체할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당직자의 정부기관 파견근무 희망 여부 조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신악이 구악보다 더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과거에 '밥그릇 챙기기 낙하산은 국민 기만행위이자 배신행위'라고 했다. 다시 이 말을 돌려드리겠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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