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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쏟아지는 '학폭' 폭로 속 책임지는 '어른'이 없다
석명 부국장 | 2021-03-16 22:48

 
사진=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학교 폭력(학폭)이 사회적 핫 이슈다. 학폭이야 어느 곳에서든 꾸준히 있어온 사회적 문제(사라져야 할)지만, 얼마 전 유명 배구 선수의 학폭이 기폭제가 돼 다른 스포츠 종목을 넘어 연예계까지 학폭 피해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스포츠, 연예계의 이른바 '학폭 미투'는 파급력과 화제성이 크다. 폭로에 의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는 인물이 대부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인기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에 대한 학폭 폭로가 충격적이었다. 국가대표 주전으로 실력에 걸맞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자매가 과거 학창시절 상습적으로 동료들을 괴롭히고 폭행했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의 폭로로 드러났다. 


쌍둥이 자매는 사과하고 징계(무기한 출전 정지, 국가대표 자격 박탈)를 받았지만 이후 배구계는 물론 야구, 축구, 농구 등 주요 프로 종목의 전·현 선수들에 대한 학폭 폭로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연예계 쪽은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스타들이 있고 대중적 친밀도도 높은 때문인지 학폭 관련 의혹이 더욱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은 여자배구 선수 이다영(왼쪽)-이재영 쌍둥이 자매.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학폭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당사자의 반응이나 대응은 여러가지다. 일단, 처음부터 곧바로 학폭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속된 말로 '빼박'이 될 만한 증거, 증언이 나오면 그 때 사과를 하고 활동 중단(선수의 경우 출전 정지 등) 같은 자숙에 들어간다. 학폭 의혹을 부인하고 강력 반발하며 법적인 대응에 나서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학폭 피해자들의 고통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 때론 오래 되고, 어린 시절 기억이지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곤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시효가 지나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어떤 보상을 받을 수도 없는 과거 학폭을 굳이 들춰내는 이유가 이런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나 마찬가지다. (가해자 입장에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옛 일로 잘 나가던 인생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속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데 대한 대가로는 오히려 부족한 면이 있다.


때론 '역으로'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악의를 갖고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지어내서, 또는 일상적인 쌍방 다툼이었던 일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왜곡된 기억으로 남아 학폭 폭로를 할 수도 있다. 근거 없이 해당 의혹을 받게 된 '공인'(스포츠 연예계 스타)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거나 본인은 물론 주위(가족, 소속팀, 소속사 등) 모두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배우 조병규는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여 활동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는 관련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피해 폭로자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당연한 얘기지만 학폭은 나쁜 일이며, 근절돼야 하고, 과거 잘못한 점이 있다면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해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줘야 한다.


여기서는 쏟아지는 학폭 폭로를 지켜보면서 뭔가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바로 책임지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학폭이 초·중등학교 어린 시절 벌어진다. 고교까지 포함해도 마찬가지겠지만 가해자든 피해자든 대부분 미성년자들이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가해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고, 어린 시절 당한 피해가 더 큰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그래도 미성년자이기에 부모나 선생님(감독 코치 등 지도자) 같은 보호자들이나 관계 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자식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 당했을 때, "우리 애가 그럴 애(학폭 가해자)가 아니다. 저쪽(피해자)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고 우기거나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나서는게 아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단순한 다툼인 줄 알고 훈계했다"며 방관하는 선생님이나 "운동부 기강을 잡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지 폭행은 아니다"며 쓴웃음을 짓게 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이번에 학폭 폭로가 줄을 잇는 가운데도 '어른'들의 역할은 실종됐다. 사실 미성년 시절 학폭이 있었다면 관리 감독을 해야 할 부모, 선생님(지도자), 학교, 관계기관(체육단체) 등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수많은 학폭(사실로 밝혀진) 사례에서 '어른'이 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학폭 관련 기사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선생님이나 지도자들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였다고 폭로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피해를 당해도 툭 터놓고 하소연할 마땅한 '어른'이 없었다는 하소연도 많다. 학폭이 왜 사라지지 않고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어른이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폭력이라는 독버섯이 청소년의 몸과 마음을 아프고 병들게 하고 있다.


익명의 스타 관련 학폭 폭로가 나오고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 그게 누구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누구인지 밝혀지면 어떤 가해와 피해가 있었는지, 진실은 무엇인지 관심있게 지켜본다.


그럴 시간을 조금이라도 쪼개 '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 없는지' 되돌아봤으면… 혹시 장난스럽게라도 폭력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면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할 방법을 찾아봤으면… 최소한 '착하게 삽시다'를 어디에 써서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놓기라도 합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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