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회 경제부장/부국장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당정이 4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증액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재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패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절대수준만 보면 아직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지만 부채 증가 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에서 30%대,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는 데 7~9년이 걸렸지만 지금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한 것이 일례이다.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해 846조9000억원으로 GDP대비 43.9%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 코로나19 맞춤형 피해자 지원을 위해 19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해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10조원 가까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지금 정치권 곳곳에서는 지원금 증액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17일에는 농업인·어업인·임업인 113만8000가구에 보편적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하는 증액안이 의결됐다. 농·어민 지원에만 약 1조1000억원이 들어가고 각종 사업예산도 껴들어 총 증액규모가 1조6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헬스트레이너 등을 지원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459억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가 산업부와 중소기업부 소관예산을 각각 2202억원, 3917억원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이밖에도 보건복지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가 각각 1조625억원, 3960억원의 예산을 증액키로 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물론 증액된 추경안이 모두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삭감될 수도 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큰 폭 삭감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상 추경에는 야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농·어민, 체육인 등의 민심이 이탈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당초 15조원으로 편성했던 추경안을 증액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애초에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내년으로 예상했지만 올해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나는데 이를 관리해야 할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지금은 국가부채비율이 늘어나도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의 원화는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정도의 신인도는 인정된다며 재정건전성이 다소 나빠지더라도 지금은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대외신인도 관리가 중요하고 OECD 국가의 국가채무비율이 50%가 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저하되는 추세이고, 초저출산과 함께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그 만큼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되는데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는 것은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반드시 국민 누군가가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후세대에 부담을 주는 짓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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