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부동산생활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국민적 공분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국민에게 안겨준 허탈감과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들끓는 민심은 ‘LH 해체론’으로 이어진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되며 탄생한 LH를 다시 둘로 분리하자는 목소리다.

정부도 LH 조직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LH가 조직 비대화와 기능독점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이번 사태가 유발됐다고 판단, 강력한 혁식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 직원의 비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LH 해체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LH가 해체되거나 조직이 축소될 경우 발생할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LH가 해체를 포함한 기능 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무엇일까. 먼저 정부 정책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올 들어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공급 확대로 전환한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 일대에 205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야심찬 포부다. 그런데 이중 60% 수준인 115만호를 LH가 담당하고 있다. LH의 기능이 분화되면 지구지정부터 보상과 토지조성, 주택조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단절되고 사업지연과 원가 상승을 야기시킬 수 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사진=LH 제공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LH의 임대주택 운영 손실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 1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 1조7873억원을 기록했다. 임대주택 1호당 부채는 1억5000만원 수준이다.

공공성을 담보로한 임대주택사업에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LH의 재정악화를 막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라는 카드도 꺼내봤지만 건설사들에게는 낮은 수익성으로, 수요자들에게는 높은 임대료로 외면 받았다.

LH는 택지개발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임대주택사업의 손실을 보전한다. 이른 바 ‘교차보전 사업구조’이다. LH의 기능이 분화하면 교차보전은 불가하다. 임대사업의 손실을 막기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도 필연적이다. 부족한 재정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한계에 부딪히며 임대주택 공급도 중단될 것이다.

LH의 근간을 흔들기 보다는 임직원의 투기 등 불공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가져간 부당 이익은 소급 몰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재산등록제, 신규 부동산 취득제한제 등 강력한 통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벼룩이 득실거리고 있다. 국민주거생활을 향상시키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그들 사이에서 자부심과 자긍심마저 갉아 먹는 벼룩이다.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정밀한 핀셋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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