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LG·CJ·삼성·현대차·현대중·신세계·LS·현대백화점 선포식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LG 구내식당은 아워홈, CJ 급식은 CJ프레시웨이 등, 그룹 계열사가 독식하던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이 외부로 개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은 5일 서울 강서구 소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아워홈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맡겨 왔던 LG는 내년부터 '전면 개방' 원칙 아래, 구내식당 업체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고, CJ는 구내식당 물량의 65%를 외부에 오픈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장재훈 현대차 대표, 권영수 LG 부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홍기 CJ 대표, 이광우 LS 부회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대표가 선포식에 참석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미디어펜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 4조 2799억원이다. 

급식업은 식품위생법이 정한 시설만 갖추면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삼성웰스토리(점유율 28.5%), 아워홈(17.9%), 현대그린푸드(14.7%), CJ프레시웨이(10.9%), 신세계푸드(7.0%) 등 5개사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5곳이 계열사나 친족기업과 수의계약을 통해, 수십년 간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2019년 매출액의 36.1%를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는데, 삼성웰스토리는 총수일가 개인회사는 아니지만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의 자회사다.

아워홈은 LG 계열사는 아니지만 고(故)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세운 회사로, 친족관계인 LG그룹 및 LS그룹과 오랜 기간 수의계약을 맺고 거래해 왔으며, 2019년 아워홈 매출액의 26.5%는 LG·LS와의 수의계약에서 나왔다. 

아워홈은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부회장 일가가 2018년 기준 지분 98%를 가진 개인회사다.

LG는 이날 선포식에서 내년부터 전면개방 원칙에 따라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경쟁입찰에 붙이기로 했으며, CJ도 그룹 계열사가 CJ프레시웨이에 맡기던 구내식당 일감의 65%를 외부에 오픈한다.

삼성은 지난달 2개 식당(수원, 기흥 남자 기숙사)을 시범적으로 개방하기로 해, 현재 외부업체를 고르는 중이며, 이를 토대로 내년부터 일감을 전면 개방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서부터 경쟁입찰을 하고,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부터 울산 교육·문화시설 식당을 중소기업에 개방하며, 42개 사업장 급식업체를 신세계푸드가 아닌 다른 곳에 맡긴 신세계는 일감 개방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LS는 계약이 끝나는 사업장부터 경쟁입찰을 도입하고, 현대백화점은 김포·송도 아울렛 직원식당부터 지역업체에 개방하기로 하는 등, 내년에 개방되는 대기업 구내식당 일감은 총 1000만식(食) 규모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일감 나누기는 '제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것'으로, 아주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라며 "일감 나누기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의 상생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감개방 결정은 단체급식업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라며 "직원들도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치하했다.

공정위는 일감 개방이 되지 않거나 대기업끼리 일감을 '나눠먹기'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급식업체 일감개방 추진 상황을 공개한다. 

권순국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감을 개방하는 것으로 공정위 조사와는 무관"이라며 "사건화된 게 있다면 위원회가 일감개방 폭, 실천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기업이 자진시정을 했다고 인정해줄지 여부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말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혐의로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삼성 측에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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