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자 고급 정보 제공위한 환경 변화 강조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42살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으로서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로 첫 발을 내딘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지금까지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고민에 잠긴다.

그런 사정에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본인의 생각을 상세히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 개구리가 되어도 올챙이 시절을 기억할 것 같은 그를 만나 지금 한국 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이 갖춰야 덕목은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질문해 봤다.

Q : 애널리스트로써의 첫발은?
A : 첫 직장은 삼성자산운용사에 13년 정도 있었고 2010년 6월에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왔다. 자산 운영에서 애널리스트로서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운용사의 매니저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같아 보이는 듯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운용사 리서치는 매니저들하고 직접적으로 붙어서 수익률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라면   증권사 리서치는 기업 탐방도 다녀야 하고 세미나도 다니면서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리포터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차이는 있다.

   
▲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메리츠종금증권 제공

Q : 간혹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심정은?
A : 떨리는 긴장감은 없지만 늘 긴장은 한다.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전망을 달리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공부가 되고 좋다. 우선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기쁨이 생긴다. 다른 사람은 ‘왜’ 저런 판단을 했을까.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일까. 라고 하며 오히려 되물어보고  공부하게 되다. 그래서 긴장감은 있다.  그러나 오히려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안심할 때도 있다. 이런 다양한 사고방식이 시장에 존재해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즉, 정반합을 나는 강조하는 편이다. 답변을 잘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내 의견을 남에게 들려주지만 나 역시 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결국은 각자 더 공부하는 애널리스트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애널리스트들이 40대가 넘어가면 노화현상이 생겨날 우려가 크다. 고민을 적게 하고 사고를 게을리 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이럴 때 일수록 반대의견에 귀 기울이고 공부를 해야 만이 센터장으로써 그리고 훌륭한 애널리스트로서 프로 정신에 가까워진다고 믿고 있다.

Q :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서치 센터장으로 와서 먼저 변화 준 것은?
A : 처음 메리츠종금증권의 센터장으로 왔을 때 먼저 했던 것이 한 명에게 두 개의 업종을 준 것이다. 대부분이 한명에게 하나의 업종을 맡기는데 그렇게 하지 않다. 우리 리서치 센터에는 11명이서 25개의 업종을 맡고 있다. 한사람에게 두 업종을 맡도록 한 데에는 애널리스트들의  사고를 넓히기 위함이 컸다. 한 명이 하나의 업종만 맡다 보면 어느 한 틀에서 못 벗어난다. 예를 들어 철강만 하다 보면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는 산업마다 이익 구조가 다르고 이종 업종의 멀티플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근데 2개 업종씩 맡아서 업무를 보다보면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해서 빠르게 이해하고 사고도 넓어진다. 또  서로 상호보완도 되는 장점도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방책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단, 비슷한 업종끼리 묶어 준다. 예를 들면 운송, 조선을 함께 묶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방법을 활용해 애널리스트들도 새로운 공부도 좀 더 심층적으로 하고 성장하는 길이 된다고 본다.

   
▲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의 기본 자세 가운데 열린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메리츠종금증권 제공

Q : 증권사는 앨리트들만이 올 수 있는 곳인가?
A : 공부만 잘한 앨리트를 말한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의 실체는 교과서에 언급한 것과 다르다. 혹시나 증권과 관련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여기 실제 시장에서 박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동성이 강해 1분전과 지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그럼 변수는 어디서 나오느냐. 바로 기업 실적에서 비롯된다. 그럼 또 알아봐야 하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이다. 기업들이 최고의 실적을 내기 우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노력한 것처럼 실적이 안 나올 수 있다. 주위 환경과 같이 여려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변수들은 학문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문에 교과서를 외우고 다니는 앨리트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월등하다는 말은 하기가 힘들다. 단지 직접 발로 뛰어야만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책상에 앞에서 고민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껴야 하는 활동적인 사람이 있는 곳이다.

Q : 증권사 애널리스트로써의 진입장벽이 높은가?
A : 학벌을 무시하는 곳이 여기 증권 시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본다. 사실 예전과 요즘은 사뭇 다르긴 하다. 요즘에는 여기로 오려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학력이 좋다. 그러니 어찌 보면 학벌 좋은 사람들만 오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지금과 달랐다. 대표적인 예로써 나를 들 수 있겠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도 지방대 출신이다. 증권, 대표되는 것이 주식인데, 주식을 잘 아는 것은 교과서 지식과 시험문제를 잘 푸는 것과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을 잘하기 위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고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실성이 뒷받침 돼야 하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이 증권 시장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는 말은 곧 내가 틀릴 수 잇다는 입장을 가지고 남의 의견을 받아줄 수 있다는 겸허한 마음가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증권시장에는 변수가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답이 없다. 다만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이때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사고도 키우고 남의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벌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주식은 수학이 아니다. 주식을 아트(art)라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 즉, 여러 상황을 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좋은 학벌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Q : 우리나라 리서치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A : 사실 우리나라 애널리스트와 리서치 센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본다. 정보화 시대에 판매되는 제품은 바로 ‘정보’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스스로 탐방한 회사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러다 보니 리포트에 대한 가치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운용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이야기 하자면 운용사는 리포터를 써도 대외적으로 발간이 되지 않는다. 즉, 매니저들에게만 제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리포터 보고서는 대외적으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이 사실 좀 안타까워 고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돈 주고 사서 봐야 하는 유료화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골드만 삭스처럼 리서치가 매우 강화 될 것이다.

공기는 무료이며 어디서든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른다.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공짜로 볼 수 있는 리서치 보고서에 대해서 정보의 고마움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무료이다 보니 만들어지는 리서치 보고서도 질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만약 시장의 논리대로 정보를 사고팔게 되면 정보 판매자, 즉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팔기 위해 더 좋은 정보를 생산해 낼 것이고 정보의 수요자, 즉 투자자들도 고급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 애널리스트가 지녀야할 덕목은 무엇인가?
A : 앞서 말한 것처럼 일단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하고 있는 세상과 기업들에 대해서 빠르게 적응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주가는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각 기업에 대한 실적은 방향성을 맞추어서 그 자료를 가지고 결국엔 주가를 맞추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숫자 얼마를 더 맞췄다는 것에 초점을 두면 더 넓은 생각을 하기 힘들고 좋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리포트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주가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 능력은 역시나 넓은 사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