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무해하나, 회수에 ‘총력’... 관건은 농가 협조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개방돼 있는 소고기 시장에서 우수한 씨수소를 선발해, 보다 좋은 한우를 통해 한우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한우개량사업소에서 ‘근친 씨수소 정액’을 보급·판매했다가, 이를 확인하고 황급히 회수에 들어갔다.

   
▲ 근친 씨수소 KPN1411 혈통 정보./사진=한우개량사업소 홈페이지


농협경제지주회사 한우개량사업소(이하 사업소)는 자체적으로 기르고 있는 3000여 두를 포함, 전국의 육종농가로부터 7~800여 두를 구매하고 이 중에서 900여 두를 고른 후, 다시 66두의 후보 씨수소를 선발한다. 

3~15개월 후, 선발된 후보 씨수소의 정액이 축산농가에 공급되고, 이후 최대 6년의 기간을 거쳐야만 보증소가 된다. 

사업소는 이러한 과정에서, 지난 2월에 공급된 정액이 '근친교배' 씨수소의 것이라는 점을 자체 검증과정에서 확인했다.

문제의 근친 씨수소의 명호는 'KPN1411'으로, 사업소가 지난 2월 말에 실시한 2차 검증과정(친자확인)에서, 조부와 외조부가 'KPN872' 명호의 같은 씨수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문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사업소 관계자는 “당시 후보 씨수소를 선발했던 지난 2018년에는 외조부의 명호가 KPN877로 잘못 기재돼있었다”며 “데이터베이스(DB)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후보 씨수소에 대한 1차 검증은 부(父)와 모(母)까지 친자 확인을 하고, 2차 검증 때 조부와 외조부까지 확인한다”고 첨언했다.

사업소는 2차 검증을 통해 근친교배 사실을 확인하자, 3월 초에 즉각 판매를 중지했고 회수절차에 들어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관계자는 "근친교배를 반복할 경우, 소의 크기가 작아지는 '열성형질'이 발현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몇 번의 근친 교배로 인체에 유해할 수준에 이르는 지, 유전병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이와 관련, 사업소 관계자는 이번 근친교배 씨수소의 정액 보급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의 고급 소고기 품종인 '와규'의 경우, 의도적으로 좋은 우종을 고정시키기 위한 근친교배를 반복해 개량한 품종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수절차다. 

육종농가가 해당 씨수소의 정액으로 임신한 소의 교환을 원할 경우엔 회수처리가 쉽게 이뤄지지만, 농가가 육질 등 소의 상태가 상품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교환 및 회수를 거부할 경우, 사업소가 회수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축산업계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스템 오류의 문제가 아니라, 육종농가를 비롯한 축산농가들이 지나치게 경제적 이익만을 취하려고 해서 생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사업소 관계자는 “문제가 된 조부·외조부 씨수소 KPN872는 상당히 우수한 씨수소여서, 농가로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