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 VS사업본부·LGC·LGD 등 미래차 부품 수직계열화
BS사업본부에는 로봇사업담당 재편…4차혁명기 한 축
일부 계열사 LX 분리, 구조조정 없이 시황 대비 능력↑
[미디어펜=박규빈 기자]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정리하고 VS사업본부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LG그룹 계열사들이 LX그룹으로 분리될 예정인 가운데 실리를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는 모습./사진=㈜LG 제공


20일 재계에 따르면 5대 사업본부를 축으로 삼았던 LG전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MC사업본부를 정리하기로 의결했다.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지 26년만의 결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LG전자 측 입장이다.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책임질 사업부에 더욱 많은 투자를 진행해 사업 구조를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MC사업본부는 23분기 연속 5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해 왔다. 이와 같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과감히 털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게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방침이다.

실제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VS사업본부를 통해 내비게이션·AV시스템 등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장치, 텔레매틱스 등 여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8년에 인수한 자회사 ZKW는 차량용 램프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이 오는 7월 출범한다./사진=LG전자 제공


캐나다 전장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는 LG마그나 이파워 트레인을 설립해 파워트레인도 양산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LG디스플레이는 디지털 계기판을, LG이노텍은 차량 통신 모듈을 생산해낸다.

이와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들에 대한 수직계열화로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은 LG그룹의 분명한 강점이다. LG전자는 미국 IT 기업 퀄컴과 5G 이동통신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등 자율주행차 부품 사업에도 뛰어드는 모양새다.

LG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또 다른 축으로 로봇 사업을 낙점했다. 이는 지난해 말 로봇사업센터를 BS사업본부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지난해 LG 보스턴 로보틱스 랩을 세운 바 있다.

역대 LG전자 실적을 견인해왔던 H&A사업본부에는 기존 MC사업본부 개발인력이 충원된다. SK이노베이션과 'K-배터리 대전'에서 승리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테네시주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도 예고했다.

구광모 회장이 선언한 '뉴 LG' 행보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LG화학 △LG생활건강 △LG전자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5개 주요 계열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총합이 3조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시국 가운데서도 이 같은 실적을 낸 것은 구광모 회장의 '뚝심' 전략이 통한 것이며 경영 리더십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 LG그룹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을 LX그룹으로 분리하는 안을 승인했다. 표면상 LG그룹의 뿌리 깊은 장자 승계 원칙과 맞물려 삼촌 구본준 회장이 독립하는 모양새지만 기존의 공룡 조직 체계로는 시황에 시시각각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해고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 같은 조직 슬림화를 두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향 리더십이 본격화 됐다는 게 재계와 시장의 중론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모든 것은 실적이 말해주겠지만 반전 카드가 없는 MC사업본부 정리는 잘 한 결정"이라며 "치약 사업으로 시작한 LG그룹이 지금과 같이 커진 것은 시대별 신산업 흐름을 잘 읽은 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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