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날 소지 있어..."이미 충분히 규제의 그물망에 있어"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쿠팡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형평성과 실효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 이슈가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는 쿠팡 경영진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 /사진=쿠팡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공정거래위원회가 35년의 관례를 깨고 쿠팡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는 없다. S-Oil(사우디 아람코), 한국GM(미국 제너럴모터스) 등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외국 기업들은 모두 동일인으로 한국 법인이 지정됐다. 

이 때문에 통상 관계자들은 선례를 어기고 쿠팡 한국법인이 아닌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면 한미 정부가 상대 국가의 투자자를 제3국의 투자자와 차별하지 않기로 한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통상 관계자는 “아람코 대주주인 사우디 왕실을 한국 에쓰-오일의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듯, 쿠팡Inc에 똑같이 대우했는지를 두고 미국 정부가 FTA 규정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음달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 동일인 지정과 관련 통상 이슈 문제가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백신협력과 경제협력 등 이번 정상회담에서 풀어야할 많은 숙제를 앞두고 자칫 FTA 이슈를 제기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쿠팡 동일인 지정을 두고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전문가들 역시 한미간 통상 문제가 될 우려점들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실무진 차원에서 저촉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사진=쿠팡

또 내부적으로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사익 편취의 우려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회사로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엄격한 특수관계인 거래 규제를 받는다. 쿠팡이 계열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친족이 지분을 가진 법인도 전혀 없다. 

또한 쿠팡이 대기업집단이 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규정을 적용받으므로 이미 충분히 규제의 그물망 안에 들어가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도 “외국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면서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23조 7항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23조 7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품, 부동산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특수관계인의 일환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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