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74)이 오스카도 사로잡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38번째 트로피를 거머쥔 윤여정은 '최초',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TV조선에서 단독 생중계된 '2021 아카데미 시상식'은 방송인 안현모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을 맡았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한국 배우가 수상자로 호명된 건 한국 영화계 102년 역사상 윤여정이 처음이다. 또한 윤여정은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아시아 배우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및 비영어권 영화에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4개의 트로피를 전달한 데 이어 놀라운 열연을 선보인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전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사진=TV조선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 캡처


1966년 19살의 어린 나이에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971년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첫 영화에 출연하며 단번에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제1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 제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여우주연상, 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속편 '충녀'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윤여정은 이후에도 역할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등 김수현 작가의 인기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고령화가족', '계춘할망'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매 작품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 나영석 PD표 리얼 예능에서 솔직담백한 매력을 뽐내며 전 세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독보적인 존재감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데뷔 55년 만에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윤여정이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서 있는 것 같다"며 '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먼,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등 함께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에게 찬사를 보낸 윤여정.

이날 윤여정의 모습은 그녀에게 트로피를 안긴 영화 '미나리'와도 똑 닮아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나고, 다양한 활용도로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는 미나리.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상황에 변모할 준비가 되어있고, 화려한 배우들 사이 자리해 유쾌한 농담을 건넬 줄 아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여배우.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대기록도 흐뭇했지만, 이날의 수상으로 우리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매력을 전 세계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될 것이 더욱 두근거리고 벅찬 일이었다.


   
▲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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