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입니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한 가지 꼽는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여기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독특한 전략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배하는 '물건'들이 있어 주목된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여름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팔도비빔면’이 30살이 넘었다.

‘팔도비빔면’은 1984년 6월5일 계절면 제품으로 출시해 여름철에만 한정적으로 판매됐으나 90년대 후반부터 사계절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 심형래가 출연한 "양손으로비빈다" 팔도 비빔면 광고/ 사진=광고정보센터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팔도비빔면’은 당시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던 라면의 고정관념을 깬 제품으로 여름철 집에서 삶아먹던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계량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분말스프 형태의 라면시장에서 액상스프의 개념을 도입했고 차갑게 먹는 라면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하며 계절면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팔도 측은 개발 당시, 전국에 유명한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등을 연구하여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의 황금비율 소스를 구현했으며,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스프 기술력과 최고의 원료를 사용해 맛과 품질 향상에 노력했다.

‘비빔면’은 비빔맹면으로 유명한 함흥냉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팔도비빔면’은 파란색(시원한 느낌) 색상의 패키지를 출시 이후부터 계속 유지해 왔으며 이제는 타사 제품을 포함해 비빔면은 파란색 패키지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처음 제품이 출시됐을때는 라면을 찬물에 행군 뒤 소스에 비벼먹는다는 개념이 알려지지 않아 웃긴 에피소드도 있었다. 보통 라면처럼 끓여 먹거나, 뜨거운 면에 양념을 넣어 비벼먹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팔도는 조리법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양손으로 비벼도 되잖아” 라는 CM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계속>

   
▲ 팔도 비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