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모더나가 한국지사 설립을 공식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코로나19) 원액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충진과 포장은 위탁생산(CMO)을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은 미국 내에서도 핵심 기술로 분류된다.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 정보를 체내에 주입해 항체 형성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백신은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상용화됐다. 그만큼 업계에선 최첨단 생명과학기술로 평가 받는다.

아울러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바이오의약품과 달리 mRNA 원료를 지질나노입자(LNP)로 감싸는 약물전달체 기술 공정도 추가된다. 이 공정은 mRNA를 고르게 잘 감싸 약물이 효과적으로 체내에 전달되는 역할을 한다. 

모더나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 공장과 CMO 기업 론자 공장을 통해 원료생산(DP) 및 LNP 공정을 거치고 있다. 론자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액은 모더나의 자금 투자가 이뤄져 단순한 위탁생산이 아니라는 평가다. 모더나는 론자의 미국과 스위스 공장에 각각 860억원, 172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바 있다. 충진·포장 등 완제품생산(DP)은 미국 캐털란트와 스페인 로비 등이 맡고 있다. 

모더나가 기술 보호에 민감한 만큼 한국에서도 원료생산 전 과정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론자 사례와 유사하게 국내 바이오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원료생산 전 과정을 통제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혹은 모더나가 자회사 체제를 정립한 이후 자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백신 원료를 직접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땐 DP 공정만 국내 CMO 기업이 맡게되는 시나리오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내 기업으로는 에스티팜, GC녹십자, 엔지캠생명과학이 거론된다.

에스티팜은 LNP 약물 전달체 기술과 5프라임-캡핑(5'-Capp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글로벌 특허를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mRNA 대량생산을 위한 전용 GMP 공장도 증설 중이다. 다만 에스티팜은 충진·포장 설비가 없어 원료 및 LNP 공정만 가능하다.

모더나가 직접 원액을 생산 후 충진·포장만 국내 위탁생산 기업에 맡길 경우 GC녹십자가 유력한 후보로 점쳐진다. GC녹십자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와 5억 도즈 규모의 코로나백신 위탁생산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달 모더나 백신의 허가·유통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또 지난해 10월 오창에 연 10억 도즈 규모의 충진·포장 위탁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엔지캠생명과학은 충청북도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내 부지 5300평에 mRNA 백신 공장을 12개월 내 건설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첨단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글로벌 mRNA 백신 개발사와 LNP 캡핑 기술 보유 기업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완제의약품을 수입·공급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더나는 지난달 15일 한국, 일본, 호주 등에 자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 임원급 인사인 ‘제너럴 매니저’(GM)를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