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본소득제 공론화 위한 입법 추진
'재원'·'조세 투명성'·'국민적 합의'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밀고 있는 '기본소득제도'와 관련해 공론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4일 기본소득제도에 관한 공론화와 공론화 결과 보고서 작성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소득제도 공론화 법률안'을 마련해 이달 중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통령 소속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성실이행 의무 조항을 명시하는 등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에서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 및 국내에서 다양한 도입·실험·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은 영어로 Basic Income·Basic Living Stipend·National Dividend 등의 용어로 불린다. 정부가 재산·소득의 다소 및 근로 여부나 그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균등하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 정진석 추기경 조문을 위해 귀빈실에 나와 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기본소득, 다른 나라는?

아직 기본소득을 제대로 실행한 국가는 전무하다.

이재명 지사는 이를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삼은 것이다. 기본소득 공약을 통해 민심을 잡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00년대 들어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었는데, 1982년 알래스카주 당국에서 6개월 이상 알래스카에 거주한 모든 사람에게 나이와 거주 기간에 무관하게 매년 균일한 배당을 실시하기 시작한 것이 최초 실제 사례다.

알래스카주 당국은 공공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을 만들었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영구기금은 알래스카산 석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해주는 원리로 운영된다. 1980년대 초기에 매년 1인당 300달러 정도를 배당했지만, 2000년 들어서는 2000달러 수준으로 올라갔다.

전국 단위의 실험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핀란드에서 최초로 이뤄졌다. 핀란드는 우리나라 10분의 1에 불과한 인구(554만명)로, 2000명의 실업자를 랜덤샘플링으로 추출해 매달 560유로(75만 6000원)를 지급하면서 기존 실업자 집단과 고용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지난 해 발표한 실험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실험 목적이었던 고용에 미치는 효과(고용 증가·창업·직업훈련 참여·구직 의욕)가 거의 없었다는 결론이었다. 핀란드 실험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17년 핀란드·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대상으로 기본소득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핀란드·영국·프랑스에선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입어 빈곤율이 증가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빈곤율이 낮아졌다. OECD는 당시 보고서에서 "최저 보장 수준만큼 기본소득을 주려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주의 영구기금 및 OECD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재원 마련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핀란드와 OECD 사례에서는 기본소득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 지사의 맹점이 여기 있다. 핀란드 조차 실험에서 실패한 정책을 핀란드 인구의 10배인 대한민국에서 성공해내겠다는 자신감이 돋보인다.

재원 마련 어쩌나

실제로 이 지사는 지난 4월 28일 '제 3회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역량이 안 된다는 이유로 포기할 것이 아니라 시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국민 동의를 얻어가면서 확대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난제인 재원 마련과 관련해 이 지사는 오는 12일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토론회'를 연다. 부동산을 통해 얻은 불로소득을 조세로 환수해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공평하게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개념에서도 부동산 소득을 불로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 불로소득의 정의, 조세 환수가 헌법가치인 재산권과 충돌하는지, 부동산 시세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책정할 수 있는지, 조세제도 신뢰성 확보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진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밀고 있는 일명 '기본소득토지세'는 '토지는 공공의 재산'이라는 토지 공개념을 전제로 해 헌법가치와 명백히 충돌한다는 법조계 지적이 많다.

이 지사 의지는 굳건하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다가 대선주자로 부상하던 지난 2017년 초부터 기본소득토지세 실시를 주창했을 정도다. 실제로 이 지사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서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43조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재정 구조조정 28조원과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신설로 15조원을 충당하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재원 마련의 변수로 지난 4·7 선거에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을 들고 있다.

임대차 3법 및 조세 강화 등 지나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오히려 더 올라가고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정한 마당에 부동산 세제를 새로 만든다면 여론의 반감이 상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또한 큰 난제다.

이 지사가 향후 이러한 여론을 어떻게 읽고 난국을 돌파할지 주목된다. 오는 12일 토론회는 이 지사가 올해 5번째 여의도를 찾아 집권여당 의원들과 접촉을 확대하는 행보다.

이낙연 전 당대표의 '신(新)복지체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분수경제', 김경수 경남지사의 '메가시티'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비전은 만만치 않다.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대표 공약이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는, 실행가능성·설득력·직접적인 수혜·이해관계 등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의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