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입니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한 가지 꼽는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여기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독특한 전략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배하는 '물건'들이 있어 주목된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완성차 회사들을 상징하는 자동차들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회사를 뛰어넘어 포지셔닝을 대표하는 자동차들도 있다. 이것이 바로 상남자의 머슬카 포드의 머스탱이다.

포드의 머스탱(Mustang)이 출시될 당시인 1960년대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젊은 세대 위주의 소비문화와 개인주의가 만연했고 한편으로 경제성을 따지는 실용주의도 득세했다.

   
▲ 머스탱을 탄생시킨 당시 포드 사업본부장 리 아이오카(Lee Iacocca)와 디자인 총괄 도날드프레이(Donald Frey)./포드코리아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던 당시의 젊은이들은 생애 첫 차를 가지는 꿈에 부풀어 있었고, 기성세대들은 세컨드카를 마련하려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등에 업고 등장한 것이 바로 미국인들의 드림카인 머스탱이다. 머슬카, 또는 포니카의 선두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머스탱은 남성적인 디자인과 강력한 힘, 그리고 경쟁력있는 가격대로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렸다.

머스탱의 디자인 총괄은 포드 제품담당 책임자인 도날드 N. 프레이(Donald N. Frey)가 맡았지만 당시 포드의 사업본부장이던 리 아이아코카(Lee A. Iacocca, 1924~)가 없었다면 머스탱은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리 아이아코카는 놀라운 판매능력으로 말단사원으로 입사한지 5년 만에 부사장에, 나중엔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당시 미국인들이 어떤 자동차를 원하는지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가 개발진에 원했던 것은 사회적 욕구를 철저히 반영한 변화였다. 경제적이면서도 빠르고 복고적이지 않으면서 새롭게 차별화된 자동차가 그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경주용 차량에서 주로 사용되는 4인승의 버킷시트(bucket seat: 개별 탑승자의 몸을 감싸도록 디자인된 시트)를 장착하고(프로토타입에서는 2인승이었으나, 후에 4인승으로 변경되었다), 길이 180인치(4.572m) 이하, 그리고 차 무게 2500파운드(1134㎏) 이하이면서 판매가격 2500달러 이하로 맞출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후드는 길고 지붕은 짧은 반면 트렁크 공간은 여유로워야 했다.

이렇게 해서 포드는 포드 머스탱의 프로토타입 모델이 된 T-5(Mustang 1)를 제작, 1962년 10월 미국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공개한다. T-5는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포드의 경영진은 단순한 T-5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원했다.

개발단계에서는 T-5를 비롯해 ‘Cougar(쿠거), Aventura(아벤투라), Allegro(알레그로), Stilletto(스틸레토), Turino(투리노), Torino(토리노), XT-Bird’ 등의 다양한 이름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야생마’라는 뜻의 머스탱이란 이름이 정해지기까지 비화도 있다.

먼저 머스탱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머스탱 원형 디자인을 맡았던 존 나자르(John Najjar)가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P-51 머스탱 비행기의 팬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경주마들을 사육하고 있던 포드 마켓 리서치 매니저인 로버트 에거트(Robert J. Eggert)가 부인에게 생일선물로 프랭크 도비(J. Frank Dobie)의 [The Mustangs]라는 소설책을 받았고, 이 소설의 제목을 따서 신차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다. 질주하는 야생마 모습의 머스탱 앰블럼은 자유와 야생의 얽매이지 않은 혼이 담긴 미국산 야생마를 상징한다고 한다.<계속>

   
▲ 포니카의 시대를 연 1964년 머스탱./엔화위키 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