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슬기기자] 24일 오후 서울 마장동에 위치한 한 알뜰주유소. 이 근방 알뜰 주유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제일 먼저 가격표가 눈에 띈다.

주유를 위해 기다리는 차량들의 줄은 주유소 진입로를 넘어 도로까지 이어졌으며 4~5명가량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은 듯 했다.

이곳에서는 휘발유를 리터당 1409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 평균 휘발유가 1548원, 주변 일반 A주유소의 가격(1595원), B주유소(1418원) 등과도 비교했을 때 저렴한 가격이 눈에 띈다.

   
▲ 24일 마장동에 위치한 한 알뜰주유소는 휘발유를 리터당 1409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이라는 국면에 접어들은 주유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휘발유의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을 감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알뜰주유소의 유일한 무기였던 가격 경쟁력은 희미해져 알뜰주유소는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곳의 직원은 오른손에는 주유기를 잡고 왼손을 크게 내저으며 “우리는 정부지원 같은 것 하나도 안 받아요. 그러니 자본력이 약한 알뜰 주유소 같은 경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이곳도 자본을 들여 유지만 겨우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서울도 곧 주유소 간 경쟁이 심해져 알뜰주유소의 휴·폐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에요. 폐업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되는 곳도 많아요”라며 풍문으로 들려오는 소식을 전했다.

지방 같은 경우는 휘발유가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할 수밖에 때문에 일반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의 가격차는 더욱 미미한 실정이다.

심지어 일반주유소가 알뜰주유소보다 더 싼 주유소가 등장하기까지 이르렀다. 일반주유소에서 카드 혜택을 받아 리터 당 100원을 할인 받는다고 하면 알뜰주유소 제품가격이 되레 더 비싸다는 것.

이곳의 직원은 “1~2원 차이에도 민감한 소비자들은 가격차이가 비록 크지는 않더라도 저렴한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서울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알뜰 주유소의 가격 경쟁력이 살아있음을 설명했다.

알뜰 주유소가 줄줄이 폐업 또는 휴업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김영진(38, 마장동)은 “집 앞에 자주 다니던 알뜰 주유소가 얼마 전 폐업돼 불편 하죠. 그나마 40~50원이라도 가격이 저렴한 곳을 알뜰 주유소 아니면 찾기 쉽지 않아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뉴스에서는 매일 국제 유가는 떨어진다던데 주유소 가격은 그만큼 내리고 있지 않고 있는 것 같네요”라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 값은 여전히 높다는 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엄삼숙(47, 시흥동)은 “지금은 저유가 상황이라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이 크게 차이가 안 난다지만 나중에 유가가 다시 오르면 일반주유소들은 또 그만큼 올릴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름 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지난 2011년 시작된 알뜰주유소 역시 유가하락의 역풍을 피해갈 수는 없는 현실이다.

얼마 전 서울 알뜰주유소 1호점이 매각 됐으며 알뜰주유소들의 해지 신청이 잇따르는 등이 휘청거리고 있는 알뜰주유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는 총 1134개로 지난해 4분기에만 10개의 주유소가 해지 신청을 했으며 올해 3개의 주유소가 추가 해지 신청을 했다.

당초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 최대 100원 정도 싸게 판다는 정책목표와 올해 편성 분 50억원을 비롯해 그동안 들인 자금과 노력에 대한 결과가 시원치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