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공기업 이사회, 노조추천인사 한두명에게 충분히 끌려갈 수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014년 상반기,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의 적자를 더하면 23조 6558억 원에 이른다. 공기업 별 적자는 SH공사 18조7천억 원, 지하철 2개 공기업(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4조6천억 원, 서울농수산식품공사 1932억 원, 서울시설공단 535억 원 순으로 이어진다.
이 5개 산하 공기업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정은 지난 15일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지방공기업 혁신방안 마련 의견서를 15일 행정자치부에 제출하면서 산하 공기업의 기능, 구조, 재무, 인사, 조직, 운영 등을 아우르는 향후 계획을 의견서에 담았다.
박원순 서울시정은 지방공기업 혁신 비전에서, 산하 공기업에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노동이사제도’ 도입하여 이사회 참여 보장
-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노동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노조의 이익대변
◦ 회사경영 협의를 위한 노사 ‘경영협의회’ 설치·운영
- 노동조합이 회사경영과 관련한 사안을 책임 있게 협의하게 하여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갈등 사전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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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지방공기업 혁신방안 마련 의견서. /사진=서울시 정보소통광장 캡처(http://opengov.seoul.go.kr/sanction/3769525) |
본지는 이에 관하여 서울시에 문의하였으며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아래와 같은 설명을 청취했다. 공기업에 노동이사제도와 노사 경영협의회를 도입하려 하는 서울시의 공식 입장이다.
1. 서울시는 산하 공기업 노조와 대립이 아니라 상생, 협력을 꿈꾸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논의해서 결정된다.
2. 노동이사제, 경영협의회와 같은 방식은 독일 뿐 아니라 미국, 북유럽 등 선진국 각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러 선진국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며, 이는 서울시의 상황, 한국적인 상황, 법적용에 맞추어서 진행될 것이다.
3. 서울시 공기업의 주인은 시민 뿐 아니라 근로자, 협력업체 등 공기업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주인이라는 의견을 염두에 두고 제도를 적용하고자 한다.
4. 일각에서 우려하는 ‘노조의 경영권 위협’ 등의 의견은 과도한 걱정이다. 노조 추천 인사를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의 기존 이사회 10~15명 중 1~2명 수준으로 넣으려는 계획이다.
5. 공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사 간 담합은 견제할 것이다. 노조 경영 참여는 안건/의제 범위를 축소시킴으로써 일정 수준 제한하려고 한다. 앞으로 관련기관의 연구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려고 한다.
6. 서울시가 제도 도입 취지는 공기업에 일종의 ‘노사 결정 공동 제도’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노사 갈등을 줄이면서, 노사가 경영에 대해서 공동으로 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다. 향후 제도가 정비된 후, 각 공기업의 노사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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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무시하는 서울시의 공기업 혁신 방안
서울시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 본지는 반론 의견을 청취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서울시의 산하 공기업 혁신 방안에 대하여 강하게 비판했다.
Q1) 서울시는 “지방공기업의 주인은 시민뿐이다”는 원리가 아니라, 공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주인이라고 전제하고서 산하 공기업 혁신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1> 서울시의 처사는 시민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지방공기업은 시민이 낸 세금, 시민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공기업은 기본적으로 시민의 재산입니다. 시민을 위해서 최고의 서비스를 최소의 비용으로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효율성입니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시민의 공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방공기업은 시민의 재산을 나눠먹는 장소가 아닙니다. 서울시의 지방공기업 혁신안은 그 전제부터 잘못되었습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주인이 되고 싶다면, 노조든 협력업체든 이해관계자라는 사람들이 돈을 따로 내어 서울시 산하의 지방공기업을 인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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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7월 1일, 제 36대 서울시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
Q2) 서울시에 문의해 보니, 공기업 이사회 10~15명 중에 노조 추천 인사를 1~2명 수준으로 넣겠다고 합니다. 해당 인사들이 이사회 경영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2> 거수기 역할은 아닐 겁니다. 공기업 이사회가 노조추천인사 1~2명에게 충분히 끌려갈 수 있습니다. 대개의 사외이사는 회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회사에 대해 자세히 잘 알지 못하고 강성의 인물들도 없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싸우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노조 추천 인사들은 기꺼이 싸우려고 할 수 있습니다. 노조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점잖은 체통을 지키려는 이사들이 많은 모임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주인입니다.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자리에서 얘기를 잘 못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