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거래소가 6년 만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연이은 도전으로 이번에는 공공기관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아직도 방만경영·독점적 사업구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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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사진=거래소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 여부에 대한 결과를 29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지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후 지속적으로 해제를 추진해왔다.
2013년 초에는 독점체제를 이유로 실패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복수거래소 설립이 허용돼 독점체제가 무너지면서 공공기관 해제가 유력했던 지난해에는 방만경영이 발목을 잡았다.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1억1300만원에 달해 공공기관 연봉 1위로 ‘신의 직장’으로 지탄을 받아온 터다.
이에 거래소는 최경수 이사장 취임이후 1인당 1306만원으로 300여개 공공기관 중 1위였던 복리후생비를 410만원으로 68.6% 삭감하는 등 방만경영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섰다. 지난해 7월에는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에서도 해제됐다. 이미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독점적 지위가 깨진 상황에서 방만경영에서도 벗어난다면 공공기관 해제는 기정사실화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 해제로 인한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거래소는 지난 18일 정관변경을 통해 그간 기획재정부로부터 받던 경영평가를 금융위원회에서 받기로 했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더라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업무와 경영 상태 등에 대해 받던 검사는 계속 받게 된다. 공공기관 해제로 인한 방만경영 재발을 막을 통제장치는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최 이사장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서 제시한 기준을 모두 충족시켰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거래소 측에 유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거래소의 방만경영이 확실히 해소됐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거래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거래소가 지난 2012년부터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출장 70건, 166명에게 여비 10억8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업무를 빙자한 관광성 해외출장과 자비 연수자에게도 직무수당, 경로효친금 등 수당을 100% 지급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높은 연봉에 비해 실적은 좋지 않다. 거래소는 지난해 발표된 전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2012년 130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63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허용됐다고는 하지만 최저 자기자본금이 200억원 이상돼야하고 거래량도 증권시장 전체 거래량의 5%, 개별종목 거래량의 10%를 넘지 못한다. 이런 제약에 ATS 설립에 나서는 곳이 전무한 실정이다. 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는 법적으로만 해소된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거래소는 직원들 급여가 높아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그동안 참아왔던 급여인상 등이 이뤄질 것이다. 직원들을 위한 거래소가 아닌 회원사와 투자자를 위한 거래소가 돼야 한다”며 “ATS 설립이 전혀 되지 않아 독점적 지위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