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다보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가 현실을 외면한 부자들의 사교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래 성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토론의 장이었다는 기존의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올해에는 국내 재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예년과 다르게 불참하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 정의선, 이재용 부회장 빠진 올해 다보스 포럼.. 무슨 이야기 오갔나?/현대자동차

스위스의 산간 휴양도시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은 일반 서민과는 거리가 있는 행사로, 연회비가 약 7억원에 달하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참가비도 1인당 2000만원이 넘고 교통비와 숙박비 역시 본인 부담으로 왠만한 기업인과 재벌이 아니면 참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히 올해 행사 분위기는 일반인의 현실 인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호화로운 파티에 익숙한 보르도 와인 전문가 크리스 키삭 조차 트위터에 “현실과 괴리된 자화자찬을 위한 모임”이라고 혹평했다.

행사 현장을 취재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최고가 900억원대에 이르는 뉴욕의 아파트를 전화로 구매하는 걸 봤다”고 적기도 했다.

44년 역사의 국제 행사가 갑자기 변질됐다기 보다는 경제상황 변화가 포럼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소득 불균형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내년에는 상위 1% 부유층이 전 세계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80명이 전 세계 보유 재산 하위 50% 그룹이 소유한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자연히 소득 불균형의 문제가 다보스 포럼의 주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의제로 오르기는 했지만 국가간 경제 불균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1% 대 99% 불평등’ 문제는 묻혀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 미국인 억만장자는 포럼 참가 도중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발언으로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부동산 전문 투자사 선샤인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그린 회장은 관련 인터뷰에서 “미국인의 생활에 대한 기대치는 너무 높다”고 불평했다.

평소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기부에 앞장서는 등 ‘착한 부자’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3조원대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그것도 전용 제트기를 타고 가족과 함께 방문한 스위스의 휴양도시에서 남긴 이 같은 발언에 대한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이 전반적인 교육 수준 저하로 이어지며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불평등 심화가 기술 투자 감소는 물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전 세계가 고속 성장시대를 끝내고, 저성장으로 접어드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는 소득 불평등 해소가 미래의 성장과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국제적인 위상을 드높였 다보스 포럼의 사회ㆍ경제적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번 다보스 포럼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