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승우(23·포르티모넨세)와 이강인(21·발렌시아) 한국축구의 두 젊은 '축구천재'가 함께 출격한다. 둘의 눈앞에 닥친 목표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이름값이 아닌, 능력으로 김학범 감독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U-24)은 12일과 15일 두 차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승우와 이강인은 이번 대표팀에 소집돼 올림픽 출전을 위한 테스트를 받는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발휘해 일찌감치 유럽 무대로 진출한 둘은 그동안의 경력이나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을 감안하면 충분히 올림픽 대표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대표팀 선발 여부를 전혀 장담할 수 없다.

   
▲ 올림픽 대표팀에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이승우(왼쪽)와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축구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18명이며, 이달 말 확정된다. 원래 올림픽 축구 종목에 출전하려면 23세 이하 나이 제한이 있지만 도쿄 대회는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돼 만 24세 이하로 조정됐다. 이승우와 이강인은 당연히 선발될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24세 이상 선수 가운데 3명을 와일드카드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15명만 엔트리에 든다고 봐야 한다. 골키퍼 2명을 빼면 13명밖에 안된다.

그동안 김학범호가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낼 때까지 이승우와 이강인은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 올림픽팀에서 김학범 감독의 전술에 따라 호흡을 맞춰온 많은 기존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이승우와 이강인은 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야 최종 엔트리에 발탁될 수 있다.

이승우와 이강인이 최근 소속팀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한 점은 걸림돌이다. 이승우는 벨기에의 신트트라위던에서 주전 확보를 못해 지난 2월 포르투갈의 포르티모넨세로 임대 이적했다. 팀을 옮긴 후에도 교체로 몇 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해 현재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이강인도 발렌시아에서 주전 확보를 못해 끊임없이 이적설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막판 팀의 감독이 교체된 후 그나마 출전 기회가 늘어나 번득이는 기량을 몇 차례 보여주긴 했다. 그렇다 해도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MVP 격인 골든볼을 수상했을 때보다는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승우와 이강인은 가나와 평가전을 통해 현재 기량이 올림픽에 출전할 정도가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에 기댈 수 없는 처지다.

이승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멤버가 되면서 병역 문제는 이미 해결했다. 그런 면에서 병역 혜택이 절실한 이강인에게 이번 도쿄올림픽은 더욱 절실한 무대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승우도 떨어진 위상을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만회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최종엔트리 선발도 '실력 위주'를 천명했다. 올림픽에 가서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이 확고한 만큼 이승우든 이강인이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바로 그 마지막 능력 시험 무대가 가나와 평가전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무대로 돌아와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 생활을 시작한 백승호 역시 마찬가지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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