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존속 법인 'SK텔레콤'·신설 법인 'SKT신설투자(가칭)'로 나뉘어
주가, 5대 1 액면 분할로 투자 접근성·기업 가치 제고
KT 경영진, 2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그룹 차원선 3000억원
LG유플러스, 1000억원 수준 자사주 취득…"주주 가치 제고"
여의도 증권가 "통신업계, 올해도 안정적 성장세 전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탈통신을 표방하며 사업 다각화·기업 분할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도 단행했다. 이는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되고 있고 실제 주가 역시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로고./사진=각 사 제공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SK텔레콤은 이사회를 개최해 인적분할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분할기일인 11월 1일에 존속 법인 'SK텔레콤'과 신설 법인 SKT신설투자(가칭)으로 쪼개진다.

10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이 종료되면 11월 29일 존속 법인 변경 상장과 신설 법인 재상장이 이뤄진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존속 법인 0.6073625, 신설 법인 0.3926375로 결정됐다. 

이번 분할로 존속 법인 SK텔레콤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AI∙디지털 인프라 회사로 남는다. 신설 법인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ICT 혁신기술 투자전문회사로 재편된다. 신설 법인명은 임시주주총회 전에 확정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투자 접근성·기업 가치 제고 차원에서 인적·액면 분할을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대 1 액면 분할을 통해 SK텔레콤이 발행한 주식 총수는 현재 7206만143주에서 3억6030만715주로 대폭 늘어난다. 이는 또 다시 인적 분할에 따른 약 6대 4 비율로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으로 나눠진다.

   
▲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SK텔레콤 T타워 전경./사진=SK텔레콤 PR실 제공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33만4000원이다.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은 수준의 주가이나 액면 분할을 통해 주주 구성 측면에서 소액 주주 비중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카카오 등 액면 분할을 이뤄낸 기업들의 경우 주당 가격의 하락이 거래량·주가·시가총액 상승을 이끄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텔레콤 역시 투자 접근성이 좋은 '국민주'로 모습을 바꿔 더 많은 자본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분할에 앞서 지난달 4일 SK텔레콤은 총 발행 주식의 10.8%인 869만주를 소각한 바 있다.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물량을 소각한 것은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는 설명이다. 주주 친화적 경영 기조를 확고히 해 '글로벌 ESG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 인적 분할 후 SK텔레콤 지배구조도./인포그래픽=이베스트 투자증권 리서치 센터 제공

◇존속 법인은 기존 사업에, 신설 법인은 M&A 등 투자 나서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은 각각 전문 분야에서의 성장을 가속화 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아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존속 법인 SK텔레콤은 유·무선통신과 홈 미디어 성장세를 이어가며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이다. AI 기술로 구독(Subscription)·메타버스(Metaverse) 등 신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이 외에도 현재의 AI·디지털 인프라 기술 자산을 바탕으로 데이터 센터·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확고한 미래 캐시 카우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신설 법인 SKT신설투자는 우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무대로 인수·합병(M&A) 적극 추진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 기술에 투자해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에코 시스템(Eco System)을 구축한다는 방안이다. 또 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 자회사들은 국내외 투자로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IPO(기업 공개)를 진행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SK텔레콤 산하에는 유·무선통신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F&U신용정보 △서비스탑 △서비스에이스 △SK오앤에스 등이 편제된다. 

SKT신설투자는 총 16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대상 회사는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FSK L&S △인크로스 △나노엔텍 △스파크플러스 △SK텔레콤 CST1 △SK텔레콤 TMT 투자 △ID 콴틱 △테크메이커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당사와 SKT신설투자회사로의 분할은 'SK텔레콤 2.0 시대'의 개막"이라며 "미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IC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언급했다.

◇2년 째 2만원대 박스피 KT, 드디어 3만원대 안착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지난해 3월 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동시에 주요 임원 80명도 장내 매수 방식으로 2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KT는 그룹 차원에서 자사주에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호재로 2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KT 주가는 지난 11일 3만3050원으로 마감했다. 3만200원을 기록한 2019년 1월 8일 이후 2년 4개월 만의 일이다.

   
▲ AI/DX 데이에서 발언하는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진=KT 홍보실 제공


구 대표는 배당 규모도 향후 3년 동안 일회성 이익 등을 뺀 별도 순이익 50%를 배당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당사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거 경영기획본부장 시절 3만5000원까지 올랐던 경험이 있는 만큼 현 주가도 낮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격 탈통신 행보를 보이며 '디지코' 선언을 한 KT는 올해 초 "미디어·콘텐츠·로봇·바이오 헬스케어 등 새 먹거리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 중 KT는 로봇을 핵심 미래 먹거리로 보고 현대중공업그룹과 협업을 다져 나가고 있다. KT는 지난해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한 이후 현대중공업그룹과 로봇·스마트팩토리 등 분야에서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이 구 대표가 지난해부터 힘을 쏟고 있는 디지코 사업 확장·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이다.

◇'찐팬' 주주 확대 나선 LG유플러스도 자사주 취득

지난 8일 LG유플러스 이사회는 사내 ESG위원회의 사전 논의를 거쳐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내재적 가치에 비해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과 환원정책의 다변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는 게 LG유플러스 측 전언이다. LG유플러스의 자사주 매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사진=LG유플러스 홍보실 제공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중간 배당제도 도입한다. 주주들은 연 2회, 중간 배당과 기말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는 반기 실현 이익에 대해 중간 배당을 함으로써 주주의 현금 흐름을 유연하게 개선해 주가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LG유플러스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1만5650원으로 최근 3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주주 환원 정책의 다변화를 요구하는 자본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주주 가치 제고가 강조되는 산업 추세를 고려했다"며 "'찐팬' 주주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증권가 역시 이동통신 3사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만큼 당분간 주가 흐름 또한 긍정적인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풀이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 2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액 4조8000억원, 영업이익 4057억원으로 예상한다"며 "목표 주가는 39만원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또한 "KT 2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액 6조1000억원, 영업이익 4044억원으로 목표 주가는 4만2000원으로 상향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4000억원, 영업이익 2799억원을 낼 것이며 목표 주가는 2만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업이익은 이동 전화 ARPU 성장에 힘 입어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과 중간 배당은 시작에 불과해 기업 가치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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